완독 후 휴유증에 작가님 웨이보에 올려진 글들을 번역 및 백업한 것입니다. 출처는 각 번역 위 링크를 눌러주세요.
군유질부 완결 스포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완독 후에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군유질부 봐주세요~ 진강문학성에 전편 잠김없이 무료로 풀려 있습니다. 쉬운 권모물이라 난이도도 낮아요.
#자기_전_인생을_사색해보다 생각해 봤는데, 만약 초소의 생각을 정리해본다면
초명윤은 이렇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아.'
그리고 소세예는 이렇습니다. '사적인 정은 국가와 비교할 가치도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해.'
완결 첫 날인데 아, 아직도 좀 적응이 안 되네요.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초반 몇 장에서 잘 쓰지 못한 부분을 고처볼 것 같습니다. 기본 내용은 변하지 않을 거지만, 좀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이 완결작은 부족한 점이 대단히 많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격해 마지않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문득 떠올린 상상이 있는데, 글 안에 넣기에는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겠어서 참지 못하고 지금 메모해 놓습니다.
당시 양주에서 해진 홑옷을 입은 채로 도망쳐 나온 초명윤은 냉담하고도 음울한 표정으로 창오산을 향했고, 군대와 수레 그리고 말들이 그를 마주치지 못한 채로 스쳐 지나갔다. 말 위에 있던 이는 바로 은갑(銀鉀)을 입은 소세예로 기세가 드높았다. 아마 이것이 그들의 첫만남이었을 테지만 그 중 한 명도 다른 이를 마음 속에 세겨두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장차 어떠한 미래로 나아가리라고는 알지 못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쬐는 햇빛이 양지와 그늘을 갈랐다. 소세예는 빛 속에서 먼 곳을 바라보았고, 초명윤은 그늘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다가 갑자기 눈을 들어 천군만마를 스치듯 보았다. 어쩌면 그를 보았을지도, 아니면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전에 초소의 현대 외전을 상상해본 게 생각났어요. 쓰지는 않았지만 여러분이랑 같이 얘기해 보려구요, 재밌겠죠. (개가 웃는 이모티콘) 댓글 내용도 다시 수정해서 보기 편하게 해 줄게요.
변호사 초명윤은 귀국한 첫 날에 교통사고가 나서 급히 병원에 실려갔고, 혼미한 상태에서 전생의 꿈을 꿨다.
그가 눈을 뜨니 자신의 친누나가 사과를 깎는 것이 보였다. 미친듯이 웃은 누나는 '갑자기 자전거 하나에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무척이나 미래가 밝네, 내 동생.' 이라고 말했다.
초명윤이 입을 열었다.
"⋯⋯⋯⋯ 허."
그런 뒤 초지경은 사과를 베어물면서 말했다.
"몸은 좀 어때?"
"꿈을 꿨는데, 거기서 누나가 죽었었어."
누나는 그를 때리지 않고,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럼 내가 죽은 뒤에, 너는 날 그리워했어?"
"누나를 잊을 수 없었다는 게 한스럽네."
누나는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는 채로 창문 커튼을 파닥거리며 걷었고, 햇빛이 침상에 가득 떨어졌다.
초명윤은 생각해 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꿈에서 한 사람을 더 만났었던 것 같은데⋯⋯."
이때 병실 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흰 가운을 입은 소세예가 안경을 쓰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진하러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 당신을 보니 갑자기 좀 아파지네요."
누나는 소 의사에게 초명윤은 머리가 깨졌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초명윤이 정말 아프다고 말했다. 소세예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고 초명윤은 명치가 아프다고 답했다. 잠시 생각하던 소세예가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커튼을 치라고 하더니, 초명윤의 옷을 벗기며 한 번 봐 주겠다고 말했다. 1
초명윤: ???
그 뒤 초명윤은 한 간호사를 붙잡고 너네 소 의사는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틀림없이 없을 거예요, 이 병원에 있는 모두가 다 소 의사는 성생활이 없는 남자라고 몰래몰래 말하거든요.' 라고 답했다. 초명윤이 그게 무슨 괴상한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왜냐하면 수술도 집도해야 하는데, 또 과제 연구도 해야 하고, 한밤중에도 가끔씩 회의도 하시니까 틀림없이 없을 거예요.' 라고 설명했다.
누나는 그 틈을 타 말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나 안 자는데도 머리 숱이 장난이 아니네!"
초명윤: ⋯⋯.
그리고, 이번에는 의심투성이인 고난을 다시는 겪지 않아도 된다.
진료 기록을 뒤집은 초명윤은 뒷면에서 소 의사의 글씨를 보았는데, 바로 위쪽에 그의 개인 전화번호가 있었던 것이다.
소 의사는 전화번호 뒤에, 애써 감추려고 했지만 티가 팍팍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별일이 아니라면 연락하지 마세요.'
초명윤은 번호를 저장한 뒤, 문자 메시지로 질문을 보냈다. '쫓아다녀도 됩니까?'
#칠석 웹페이지가 모두 명절을 쇠네요. 저도 겸사겸사 개 사료를 뿌려 볼까요? 2
초소의 작은 단락이에요.
야한 농담을 할 때는 어린 아이를 잘 피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고대의 칠석은 사실 발렌타인 데이가 아니긴 하지만, 무시하세요 무시해~
칠석을 맞아 거리가 시끌벅적한 것과 비교하면 궁 안의 명절 분위기는 많이 옅어서, 만약 초연이 율법을 해석해줄 때 질문을 던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소세예도 기억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소년이 꺼낸 질문은 아주 간단했는데, 꽤 그의 부황과 맥락이 일맥상통한 생각이었다.
"상원(上元, 정월대보름) 음식은 원소고, 단오 음식은 주악 3인데, 그렇다면 칠석은 무엇입니까?" 4
잠시 대답이 없던 소세예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서 상소문을 보고 있던 초명윤에게로 눈빛을 돌렸다. 눈을 들어 이쪽을 본 상대도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그를 바라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너를 먹겠지."
"⋯⋯."
엄숙한 기색으로 손에 있는 책의 장을 넘긴 소세예가 초연에게 계속 말했다.
"그러므로 율법 속에는 유학과 우연히 일치하는 면이 있으며, 엄형을 집행해 법을 밝힘과 동시에 인륜과 삼강오륜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친께서는 아직 제게 답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초연이 곤혹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방금 부황께서 말씀하신 건⋯⋯."
"아직 식사를 할 때가 아니니, 공부하는 데에 중히 집중하십시오."
소세예가 말했다.
"⋯⋯ 네."
상소문으로 가린 채로 웃는 소리가 들리자, 소세예는 할 수 없이 옆으로 눈을 돌렸지만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는 구부린 채였다.
여러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은 크로스오버*를 했어요.
*군유질부와 작가의 다른 작품인 회인(怀刃)의 크로스오버입니다. 군유질부의 메인 커플링은 초명윤(楚明允)x소세예(苏世誉)이고 회인의 메인 커플링은 척조석(戚朝夕)x강리(江离)입니다.
※화자 4명이 서로 말하면서 게임을 한다는 설정이므로 화자 구분이 잘 되지 않아, 게임 내 대화 형식을 채팅 형식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어떤 게임에서 무작위로 짝궁이 되어 네 줄로 서게 됨——
게임에 들어간 후 같은 팀의 이름을 본 척조석은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
"어, 맞은 편은 커플이구나."
침상에 책상다리로 앉은 강리는 그와 등과 맞대고 있다가, 준비하는 시간을 틈타 같은 팀의 등급을 흘끗 보았다.
"남자는 청동(青铜)인데, 여자가 남자를 데리고 온 건가?"
"응, 아마 이번 판은 짧겠네."
게임이 시작되고 전장에 들어갔다. 비행기 위에서 척조석은 팀 채널을 열었다.
척조석: 저기 여자 분, 여자 분이 우리가 어디로 떨어져야 할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초명윤은 마이크를 키고 말했다.
초명윤: 난 남자인데.
척조석: ⋯⋯.
강리: ⋯⋯.
초명윤: 여자로 해야 커플 설정이 가능해. 병원으로 떨어지자, 이번 달엔 특별히 병원을 터뜨리고 싶거든.
팀 채널에 또 다른 남성의 온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았어, 이틀만 기다리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강리는 마이크를 끄고 척조석에게 말했다.
"또 연인이라니."
"응, 우리 둘도 그렇지 않나?"
강리는 입꼬리를 구부린 채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낙하산으로 뛰어내릴 때 정말 공교롭게도 둘씩 짝지어 떨어지게 되었고, 강리와 소세예가 병원 옆에 떨어졌다. 발이 땅에 닿자 강리가 막 들어가려는 순간, 옆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채로 시야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는 것을 발견했다.
강리: 뭘 찾는 겁니까?
소세예가 웃으며 말했다.
소세예: 실례지만, 제가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방금 다운로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이 익숙하지가 않네요.
강리: 친구랑 같이 하시는 겁니까?
소세예: 달래주는 거예요.
소세예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소세예: 혼자서 하셔도 괜찮아요, 저를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리: 괜찮습니다, 저랑 같이 가요.
소세예가 그를 따라 들어갔다. 방을 하나하나 다 뒤졌지만 물자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팀 채널에서 초명윤이 물었다.
초명윤: 보배, 뭘 좀 찾았어?
소세예: ⋯⋯날 그렇게 부르지 마.
초명윤: 내가 네 진짜 이름을 말할 수도 없잖아.
할 수 없이 타협한 소세예가 배낭을 뒤지며 말했다.
소세예: 권총 하나, 구급 가방 여섯 개, 또 붕대도 좀 있어.
척조석이 신나서 말했다.
척조석: 진짜 운이 좋으시네요.
초명윤: ⋯⋯ 옆에 있는 분은요?
강리: 권총, 적외선 렌즈, 탄창.
척조석: 두 분, 거긴 안 되겠어요. 옥상으로 올라오세요. 여기는 권총이 꽤 많아요.
사실 작품 하나를 완결한 후, 독자들에게 더 많은 여유를 남겨 주고 싶어서 해독에 대한 말을 반복해서 꺼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군유질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첨언합니다.
우선, 저는 배드 엔딩을 전혀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말 이런 해피 엔딩을 구상했었다고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작가가 배드 엔딩을 쓰려고 했지만 나중에 참지 못하고 해피 엔딩으로 바꾸었다'라는 의견을 왜 답글에다 썼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상상해서 썼던 것은 아주 간단했는데, 바로 '임금에게 충성하는 충신과 천하에게 충성하는 간신이 서로 사랑하며 대립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둘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기에 다른 길을 걸어가서 같은 하나의 목표를 추구합니다. 때문에 저는 해피엔딩을 위하여 억지로 결말을 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
동시에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점 그 자체가 감정에 있기 때문에 줄거리에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데다가, 더 나아가 권모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네요. 권모술수를 쓸 욕심도 없거니와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저는 이런 의문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째서 소황제를 보좌하는 식의 방법을 떠올리지 않은 거죠?
어째서 이연정의 아이를 데려오지 않은 채로 황위를 계승한 건가요?
어째서 이가(李家)의 다른 아이 중에 한 명을 선택해서 보좌할 수가 없는 거죠?
만약 초명윤 자신이 이가(李家)의 혈통이 있다면 정통하다는 게 되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단지 이렇게 답하고 싶군요.
대체 무슨 이유로 이씨만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시는 거죠? 왜 이가(李家)의 혈통만이 천하의 정통입니까, 왕과 제후 그리고 장수와 재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게 아닌데도조대(朝代)를 바꾸어서 6유능한 이가 이끌어 나가면안 되는 겁니까? 7
저는 절대 이가(李家)의 후손을 계승자가 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마치 결말처럼, 초명윤은 후계자를 위해 자신의 혈통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고 소가의 혈통인 초연(楚渊)을 선택한 것은 유능한 이가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초연이 바보라면 초명윤은 적합한 다른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아마도 이건 저의 고집이고, 조금은 천하를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8
또한, 정말 많은 분들이 배드 엔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_→ 만약 소세예가 삼관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과정을 겪지 않았더라면 확실히 배드 엔딩으로 흘러갔겠죠. 가능성은 실제로 여러분께 이미 제시되어 있습니다. 직접 초명윤을 죽였을 때 눈물을 흘렸거나 어쩌면 군자(君子)가 순국했을 겁니다. 9
최후에 소세예는 전장에서 눈을 감은 채로 저항을 포기했는데, 이것도 비슷한 심리입니다. 옛 조정(舊朝)의 옛 신하(舊臣)로서 이에 따라 죽었어야 하는 것이 마땅했으나 다만 눈을 뜨고 초명윤을 보았기 때문에 박정한 마음을 갖지 못했던 거죠.
아주 긴 기간 동안 초소(楚苏)의 관계는 적대적이라기 보다는 친하지 않았다에 가깝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교점은 소세예의 아버지인 소결 대장군이다.
그 때, 만약 소결이 부(府)에 돌아갔을 때 기분이 나빴다는 걸 봤더라면, 소세예는 틀림없이 초명윤과 맞닥뜨렸을 것이다.
소결은 초명윤이 눈에 거슬리는데다 또 심술굳다고 생각했고, 초명윤은 소결이 괴상 야릇하게 말한다고 차갑게 빈정댔다. 중간에 끼어버린 진현문 노(老) 상서(尚书)가 젊은이는 좀 자신의 재능을 믿고 태도가 건방진 경향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싸움을 말린다.
나중에 소결은 세상을 떠났고, 초명윤이 태위로 승진하고 소세예도 어사대부가 되어서야 두 사람의 교점이 점차 많아졌다.
그 후 부(府)에 돌아가서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초명윤이 되었다.
왜냐하면 괴상 야릇한 방면에서는 두 사람이 막상막하였기 때문이었다.
가끔 그는 진소에게 감탄한다. "나는 소세예를 볼 때마다 소결이 그리워. 적어도 그 사람은 나에게 욕을 그대로 퍼붓잖아, 문신(文臣)은 참으로 귀찮아."
다시 돌아와서, 만약 소결이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광경은 아마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
적어도 한 가장을 만날 때, 초명윤은 문 앞 담장에 기대어 서서 심호흡하면서 머릿속은 온통 그때 소결을 소매를 뿌리치고 떠날 정도로 화나게 만들었었던 장면이 굴러다닐 정도로 긴장했을 것이다.
*괴상 야릇하다의 원문은 阴阳怪气로, 태도가 괴벽스럽고 쌀쌀하게 비꼬는 말을 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것을 형용하는 말임.
이연정이 소세예에게 도대체 무슨 감정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한 두 마디 말로 요약하기가 어렵지만, 예를 들자면 이렇다.
당신의 부모님이 아주 바빠서 온종일 당신을 집안에 던져 놓고 신경도 안 쓴다고 해 보자. 옆집에는 아주 따뜻하고 상냥한 누나가 있는데 당신을 잘 돌봐 준다. 그 누나가 늘 당신을 불러 밥 먹자고 하고 글 쓰는 숙제를 가르쳐 주다 보니 당신은 저절로 누나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 후 당신은 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친구들이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당신은 흐릿하게 그 누나의 실루엣을 떠올리면서 아마도 그런 셈이겠지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휴가를 맞아 돌아왔을 때 누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봤어도,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인사할 뿐 마음 상할 정도까지 슬퍼하지도 않았고 질투하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서글프고 북받쳐 오를 뿐이지 강렬하지는 않기에 사랑이라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북받침은, 누나 뿐만이 아니라 소년 시절의 자신도 있다.
양주에 있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소초(小楚) 학생은 온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들이었다.
여동생과 밖에 나가 놀자고 약속한 초지경이 치장할 때마다 초명윤은 옆에서 이것저것을 부탁해 댔다. 자신이 이 사탕이랑 저런 달콤한 떡 먹고 싶으니 돌아올 때 잊지 말고 사와 달라는 말이었는데, 그의 누나가 가는 곳이 가게랑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전혀 떠올리지 못한 채로 하는 말이었다.
초지경은 가차없이 말했다.
"네 꿈에서나 먹어, 나 시간 없어."
그래도 아주 멀리까지 달려가 초명윤에게 줄 것을 사왔던 초지경은 집에 돌아올 때마다 기름에 젖은 종이 봉투를 들고, 유모에게 불려나가서 무릎 꿇고 있는 듯한 표정을 얼굴 가득히 지었다.
초명윤은 콩고물을 받아 먹었음에도 잘난 체했다.
"어, 안 가지는 않았네?"
초지경이 살기등등한 채로 입을 열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안 먹을거면 꺼져라."
초명윤은 바로 영리하게 미소를 지었다.
"화낼 필요는 없잖아, 첫 입은 누나 줄게."
어느 시점에서의 단편.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경성에서 유지가 전해졌다. 초명윤이 장군으로 발탁된 그날 밤, 평소대로 잠을 설치며 어둠 속에서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갑자기 장막 밖에서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10
옷을 걸치고 나온 초명윤은 모닥불을 둘러싼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그 중 서 있던 사람 한 명은 구성진 가락으로 무언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남방 사투리 같았다.
노래를 부르던 그 사람이 그중 제일 먼저 초명윤을 보았고, 곧 얼굴빛이 변하더니 목소리를 뚝 그쳤다. 그에 고개를 돌린 다른 사람들도 황급히 일어서며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초명윤은 어떤 표정도 짓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따라 앉았다.
서로 눈치만 주고받던 사람들은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초명윤이 턱을 들어올리고는 말했다.
"나를 봐서 뭐 하게, 계속 불러 봐."
그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람들은 금방 웃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다시 열렬해졌고, 부장(副將) 주혁제는 옆에 다가가서 술 주머니를 초명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저자의 고향인 임안(临安)에서 부르는 곡이라더군요. 우리로서는 가사를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출정하여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술 한 모금을 머금은 초명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이 없었다.
서 있던 그 사람이 노래 한 곡을 다 부르자, 용기가 가상한 자가 입을 열었다.
"장군, 장군께서는 양주 사람이 아니십니까. 길에서 우리 형제들도 적지 않은 양주의 가락을 들었는데, 장군께서도 한 곡 부르심이 어떻겠습니까?"
초명윤과 오랫동안 같이 있던 사람들은 그의 성격을 그럭저럭 잘 파악하고 있었다. 공적인 일에서 그를 건드리는 것만 아니면 사적으로 편하게 지내도 괜찮았으니, 위에 군림하며 고고한 척하는 이전의 군관들과는 다르게 아주 너그럽고 관대하였다.
그 사람이 앞장서자, 옆 사람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치며 장군께서 부르는 노래 한 곡을 듣고 싶다고 부추겼다.
술을 삼킨 초명윤이 입을 열었다.
"나는 노래를 못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작아지며 부추김이 잦아들었다. 또다시 감히 경솔하게 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초명윤은 도리어 주혁을 가리키며 이어 말했다.
"주 부관도 양주 사람이니,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 보거라."
사람들은 바로 흥취가 돋아서 제각각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주 부관을 바라보았다.
급작스럽게 달려드는 눈빛을 막아내지 못한 주혁은 줄곧 손사래를 쳤다.
"아니, 어머니께서 내게 좋은 목소리를 주시지 않으셔서 이건 나도 못 부른다."
초명윤이 덧붙였다.
"이건 군령이다."
"⋯⋯."
모두들 완전히 신이 나서 오늘 밤은 귀머거리라도 주 부장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잇달아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일어선 주혁은 목청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주혁은 확실히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는데, 음정이 엇나가서 원래의 가락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초명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우아한 흥취가 내게 돋으니, 근심도 내게는 아름다운 색채가 되네(生我逸兴发,摧我好颜色)"라는 구절을 들으면서, 머리를 들어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았다.
십오 일의 보름달이 뜬 밤인데, 전장에서는 모래가 눈처럼 휘날렸다.
양주성 안에는 육각 모양의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탑이 있었는데, 초명윤은 소세예를 이끌고 성 안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다가 그 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렸을 적에 늘 저 위에서 뛰어내리곤 했었어."
당혹스럽다는 듯이 소세예가 입을 열었다.
"뛰어내려서 뭘 하려고 했는데?"
"스스로 무덤을 파려고 했지."
"⋯⋯."
이윽고 초명윤이 말했다.
"그 때는 애들 사이에서 담력이 크고 가장 대단한 애를 큰형님으로 삼았어. 그 중 제일 많이 뛰어내린 아이는 기껏해야 이층이었고, 심지어 아예 뛰어내리지도 못한 아이도 있었어. 나는 걔들이랑 달랐지, 용감하게 삼층에서 뛰어내렸거든."
"⋯ 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어?"
"사실 탑의 각 층은 별로 높지는 않아서 스스로 혼자 뛰어내렸을 때는 멀쩡했었어. 게다가 꽤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했거든. 딱 한 번 누나한테 잡힌 적이 있는데, 누나가 목청껏 욕을 퍼붓는 바람에 발목을 삐고 말았어. 결국엔 누나한테 업혀서 돌아갔지."
어디선가 이렇게 아이를 꾸짖는 것을 본 적 있는 소세예가 캐물었다.
"나중에는 달라졌지?"
"아니, 실패할수록 더 용감해졌어."
"⋯⋯⋯⋯."
초명윤이 이어 말했다.
"부모님은 나를 못 말린다는 것을 깨닫으시고는, 내가 떨어져 죽지 않도록 사부께 내게 경공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셨었어."
여기까지 들은 소세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해."
"그 뒤로 나는 용감하게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렸어. 가뿐하게 내려오니까 다른 애들이 부러움에 어찌나 눈물 콧물을 짜내던지."
"⋯⋯⋯⋯⋯⋯."
탑에 가까이 다가가자, 참지 못하고 이 탑을 자세히 훑어보던 소세예는 겉의 붉은 옻칠의 색깔이 새로이 칠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탑은 세워진 지 오 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맞아."
초명윤이 이어 말했다.
"흉노가 성을 공격했을 때, 백 년 전에 지어졌던 탑은 불살라졌어. 지금 보이는 건 새로 지은 거야."
잠시 걸음을 멈춘 소세예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는 얼굴에 담긴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눈을 맞춰 왔다.
그런 뒤 그는 소세예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가자, 데리고 올라가서 구경시켜 줄게."
- 원문은 心口로, 명치라는 뜻 말고도 심장을 뜻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 개 사료를 뿌리다(撒狗粮)라는 말은 '독신 개(독신자를 뜻하는 중국의 인터넷 용어)' 앞에서 연인이 공개적으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 정월대보름에 먹는, 콩이나 설탕이 소로 들어간 떡 [본문으로]
- 찹쌀과 고기, 떡을 댓잎 또는 연잎으로 감싸 찐 것. 다른 말로는 쫑즈(粽子)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단오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본문으로]
- 원문인 충천하(忠天下)는 직역하면 천하에게 충성한다는 뜻으로, 흔히 유교에서는 백성이나 만민을 뜻하는 천하를 위하는 이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일컬어진다. [본문으로]
- 王侯將相 寧有種乎, 사기(史記)에서 나오는 말로 왕과 제후와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냐는 뜻이며 사람의 신분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본문으로]
- 能者居之, 유능한 사람은 마땅히 응당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뜻이며 보통 良才善用,能者居之를 한 구절로 쓰는 경우가 잦다. 인터넷에서는 보통 출처를 도덕경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역자는 원문에서 찾을 수 없었다. [본문으로]
- 원문인 공천하(公天下)는 천하는 만인의 것이라는 뜻으로, 예기(禮記) 예운(禮運)편 2절에 나오는 '대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大道之行,天下爲公)'라는 글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중국의 국부 손문(孫文)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며 공용물로서의 천하라는 관념을 나타낸다. [본문으로]
-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삼관(三觀)은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관은 한평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지, 가치관은 어떠한 것이 가장 소중한지, 세계관은 이 세계가 어떠한지이다. [본문으로]
- 황제가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명령 또는 지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