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번역합니다. 주로 단메이(耽美) 소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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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대인께서는 원래도 저를 무슨 청풍에 맑은 달처럼 공명정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터인데, 제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지하 감옥은 조금 괴이했는데, 이건 초명윤과 소세예가 모퉁이를 돌아본 후에야 알아차린 것이다.

모퉁이에서 몇 보 이상 걸어가면 등잔이 모두 밝게 타오르고 있어 주위가 밝았으나 시선을 멀리 두어 보면 그들이 지나온 곳은 어두워서, 마치 한 선으로 음과 양의 경계를 나눈 것 같았다. 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눈앞에 나타나는 감방이 더 많아졌는데, 두께가 튼튼한 문 위에는 크기가 작은 쇠창문이 단단하게 닫혀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의 숨소리 하나 없이 전부 비어 있었다. 공기에 피비린내가 진하게 깔려 있었기에, 걷는 동안 케케묵은 냄새가 위로 일어났다. 주변은 오로지 그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지하 감옥의 구조는 대단히 복잡하여서 갈림길이 가로 세로로 뒤얽혀져 있었다. 초명윤은 감각에 따라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다가 한 거리를 걸어 나온 후에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는데, 안색이 미미하게 굳어 있었다. 뒤따라오는 소세예가 그의 곁으로 다가서고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잿더미 한 무더기를 보면서 말했다.



"제자리로 돌아왔군요."



그의 이 말은 조롱하려는 의미가 없었으나, 초명윤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소 대인께서는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소세예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고견이 있겠습니까, 이런 곳은 당신도 저도 전혀 모르니 걸어보는 수밖에 없지요."



그는 초명윤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전장에서 오랫동안 격전을 벌인 사람의 직감은 정확할 것입니다. 그러니 초 대인께서 계속 길을 안내해 주십시오."



초명윤은 고개를 돌려 잠깐 소세예와 마주 보고는 몸을 돌려 다시 길을 걸어갔다. 이번엔 더는 마음 가는 대로 걷지 않고, 석벽에 닳은 흔적을 유의했다. 차를 반 잔쯤 마실 시간 동안 걸었을까, 갑자기 초명윤이 손을 들어 소세예를 막아서면서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귀를 기울였는데, 입가에는 환한 웃음기가 드러나 있었다. 그는 좌측에 있는 갈림길을 바라보면서 소세예에게 말했다.



"드디어 길을 물어볼 사람이 왔군요."



그 짧은 시간 후에 뚜렷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몇십 명의 순위들이 걸어왔는데, 앞장선 사람이 두 사람을 보고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곧 "저들을 잡아라!"하고 크게 호통을 쳤다. 발걸음 소리에 검이 뽑히는 소리가 포개지더니, 번쩍거리는 칼이 공기를 가르며 다가왔다.

초명윤은 소세예의 몸 앞을 가리며 약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귀찮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접선을 망가뜨리셨으니, 이젠 할 수 없이 일반인과 다름없는 몸으로 버텨야 합니다."



말은 조금 가련하게 했지만, 손놀림은 매서웠다. 그는 힘들이지 않고 순위의 손목을 꺾으면서 긴 칼을 내리눌러 맞은편의 두 사람을 관통했고, 몸을 기울여서 내리찍어 오는 예리한 칼날을 비껴가며 손으로 그 사람의 목뼈를 바스러뜨렸다. 초명윤은 순위들에게 포위되어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조금도 궁지에 빠져있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속에서 내키는 대로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면서 절대 떨어지는 피 한 방울조차 옷자락에 묻히지 않았다.

상대방의 공세가 점차 약해지고 나서야, 초명윤은 문득 소세예에게 돌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서둘러 틈을 내어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몸 뒤에는 훨씬 전에 쓰러진 시체 몇 구와 태연한 소세예의 안색이 얼핏 보였다. 그는 뒷짐을 쥐고선 날쌔게 몸을 돌려 칼을 비껴가게 했다. 꼭 예리한 칼날이 몸 가까이 다가올 때에서야 부득이하게 손을 움직였는데, 목을 베어 맥을 끊는 것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거리낌 없었다.

초명윤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길을 되돌리고는, 마음속으로 소세예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결정은 정말 옳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수도 안에서는 이 고아하신 어사대인이 뜻밖에도 무예가 뛰어나다는 것을 아는 자들이 없을 것이다.

갑자기 그는 이쪽으로 서둘러 오는 다급한 발소리를 또 듣고는, 일장(一掌)으로 몸 앞을 가로막던 사람들을 뒤흔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무리의 순위가 갈림길에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계속해서 사람의 공세가 이어지자 대열도 잠시 장대해졌기에, 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았다.

초명윤의 팔이 갑자기 끌어당겨졌다. 그가 손을 움직이기 전에 소세예가 먼저 말했다.



"절 따라오십시오."



소세예는 그를 끌고 뜻밖에도 왔다 갔다 한 길을 빠르게 후퇴했는데, 초명윤은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계속 쫓아갔다. 그 순위들은 돌연히 급해져서는 큰 걸음으로 쫓아왔다. 가는 내내 놀랍게도 다른 갈림길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순위가 추격해 왔는데, 원래 고요하고 아무도 없었던 지하 감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워졌다. 아까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숨겨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세예는 잿더미가 펼쳐진 그곳에서 멈춰 서더니, 손을 들어 석벽 위를 더듬어 무언가를 찾았다.

초명윤은 벽에 기대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순위가 아직 따라오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언가 발견했습니까?"



그에게 회답한 것은 "딸깍"하고 또렷하게 울려 퍼진 소리였다. 초명윤이 놀란 채로 돌아서자, 소세예의 앞에 있는 석판이 위로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앞에는 한 줄기의 길이 환히 나타났는데, 등잔이 아주 밝았다.

소세예는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귓등에 바람과 함께 칼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자, 초명윤이 곧바로 몸을 돌려 기습한 사람을 발로 걷어차고는 고개를 들어 순위들이 달려드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손을 든 소세예가 그를 문까지 끌어당긴 후, 소매를 휘두르자 한 줄기 남색 연기가 내뿜어지며 흩어졌다. 접근하던 그 순위 무리는 재빨리 후퇴했고, 그 순간 소세예가 기관을 아래로 움직여 문을 아래로 닫았다.

초명윤은 정말 멍하게 있다가 소세예가 비어 있는 하얀 도자기 병을 땅 위에 두자, 의미를 알기 어려운 말을 했다.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소 대인께서는 독을 사용하실 수 있으셨군요."

"병서에서도 전투할 때는 적을 기만하는 전술을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모두 최소한의 손실로 목적에 도달하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소세예는 초명윤을 보며 희미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아마 초 대인께서는 원래도 저를 무슨 청풍에 맑은 달처럼 공명정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터인데, 제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초명윤이 다소 묵묵히 인정하며 웃고는 화제를 돌렸다.



"여기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조금 지레짐작해 본 것일 뿐이었는데, 운 좋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소세예가 몸을 돌려 앞쪽의 깊숙하고도 긴 돌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방향을 보면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서 봤었던 감방은 연못 바로 아래에 정자를 둘러싸는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게다가 그곳엔 보초를 서는 순위가 있었으니, 분명 사람을 수감하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떨어진 곳의 철책은 아마 당신과 저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곳일 것입니다. 그걸 떠나서 다르게 생각해 봐도, 우리는 처음에 이곳을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이건 이곳이 지하 감옥의 여러 군데와 뚫려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굳이 막다른 길과 이어져 있다고 애써 생각해야 합니까?"



초명윤은 이미 그의 생각을 이해한 뒤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희는 처음부터 지하 감옥의 출입구에 있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뒤섞여 복잡했던 거군요. 그래서 영원히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미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이렇게 보면, 송형이 이 기회로 이곳에서 우리를 가둬 죽이려고 한 걸까요?"



소세예가 웃고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참,"

"음?"



초명윤이 고개를 기울이며 그를 보았다.



"기관은 아직 열릴 수 있으니, 초 대인께서 나가셔서 접선을 가지고 오시겠습니까?"



소세예가 말했다. 그에 초명윤이 입을 열었다.



"제가 그걸 구해서 뭘 하겠습니까?"

"조금 있다가 예상치 못한 일이 또 생기면, 또다시 평범한 사람과 다름없는 몸으로 버틸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



초명윤은 이런 상황에서도 소세예가 그가 내키는 대로 뱉은 말 한마디까지 마음속에 둘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재로 된 종이 한 덩어리를, 설마 당신처럼 마구 흩뿌리면서 쓰라는 말입니까?"

"접선은 재가 되었지만, 초 대인께서 부챗살 속에 박아 넣은 정철이 아직 있을 겁니다."



소세예가 말하는 것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덧붙여 말했다.



"제가 독을 사용한 것도 마구 흩뿌린 게 아니었습니다."

"피차일반입니다."



초명윤은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을 이었다.



"제 생생한 몸은 아직 버텨낼 수 있으니, 그 접선은 잊어버리십시오."



소세예도 이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발을 내디뎌 따라왔다.

이 돌길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아까처럼 복잡하지도 않아서 앞으로 걸어갈수록 평탄해졌다. 초명윤의 마음속에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어슴푸레하게 들었다.

한 오라기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자, 초명윤이 발걸음을 멈췄다. 소세예도 그 조그마한 바람을 느끼고는 물었다.



"출구에 가까워진 것이겠지요?"



초명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석벽 옆의 한 등잔에 시선을 집중하고는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청동 등잔은 불이 꺼져 있었는데, 기름 자국이 얼룩덜룩한 다른 등잔과 달리 아마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소세예는 그의 눈길이 지나간 곳을 보고는 약간 생각해 보더니,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초명윤은 깜짝 놀란 듯이 미간을 올리더니, 말을 내뱉었다.



"돌아와!"



때는 늦었다. 이미 소세예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순간 그의 발아래의 석판이 갑자기 내려앉더니 양쪽 석벽의 높은 부분이 젖혀졌다. 세찬 바람이 갑자기 불어오더니,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의 비가 쉴 새 없이 검은 그림자와 뒤엉켰다.

초명윤은 소세예가 눈을 들어 올려 머리 위를 쓸어보면서도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초명윤은 번개처럼 소세예의 몸 뒤를 잡아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동작은 흘러가는 물처럼 막힘없이 재빨랐다. 화살이 속눈썹을 스쳐도 그는 소세예를 품 안에 꽉 누른 채로, 매우 빠른 속도로 발걸음을 뒤로 물리면서 늦지 않게 몸의 방향을 가파르게 돌렸다. 그러고는 강경하게 소세예의 미간을 향해 돌진하는 한 화살을 어깨로 막고는 화살 비를 큰 걸음으로 뛰어넘었다.

소세예는 그의 팔에 얽매여서 괴로웠기에 막 움직이려 했으나, 귓가에 화살촉이 살갗에 박히는 소리를 들었다. 몸 뒤의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게 떨자, 피비린내가 만연하게 풍겨왔다. 그는 몸을 굳힌 채 놀라며 뒤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