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번역합니다. 주로 단메이(耽美) 소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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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yikouliaoyadexiaotiantian619.lofter.com/post/1f13aabf_1cb345948 (priest 작가님 Lofter 게시물 링크)

 

묵독 5-下의 번외 5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새로 온 고양이는 먼저 병원으로 보내져 구충제를 접종하고, 다시 한동안 관찰한 후에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관찰 기간이 끝나자, 뤄원저우는 퇴근하는 길에 새끼 고양이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지하실에 고양이 이동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가서 있는지 없는지 봐봐. 이따가 이 어린 녀석을 한 번 풀어볼까."



베테랑 사육사인 뤄원저우는 고양이 이동 가방을 들고 있는 채로 마트에서 산 채소를 페이두에게 건네주더니,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신발장 위로 뛰어오르는 뤄이궈를 다시 쳐다보았다.



"정말 안 되면, 고양이 두 마리는 며칠 동안 분리해야 해."



페이두가 물었다.



"어린 아이를 이동장 안에 넣고 키울 건가요?"

"아니,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뤄원저우는 슬리퍼로 갈아신으며 이어 말했다.



"당연히 뤄이궈를 넣어야지."



자신이 누구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모르는 뤄이궈: "⋯⋯"



뤄원저우가 고양이 이동 가방을 열자, 새로 온 작은 고양이가 두 사람의 눈길 속에서 살얼음을 걷듯이 나왔다. 뤄이궈는 신발장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바닥을 내리쳐 '쾅' 소리를 냈다.

뤄이궈는 독수리처럼 어깨를 치켜새우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새끼 고양이 주위를 거의 한 바퀴 돌았다.

새끼 고양이는 뤄이궈라는 이 푸짐하고도 거대한 물체 앞에서 뱃가죽을 땅 위에 바싹 붙이고 꼬리 끝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아마 뤄원저우라는 이 불효자의 위협을 이해했는지, 뤄이궈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대할 때 상당히 신중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공격성도 그다지 드러내지 않은 채로 냄새만 잠깐 맡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다행이다, 이동장을 안 가져와도 되겠네."



뤄원저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양이들은 보통 늙은 고양이하고 새끼 고양이는 때리지 않는다고 들었어. 뤄이궈는 막돼먹은 고양이지만, 최소한의 고양이성은 있나 보네⋯⋯. 그건 그렇고 페이 사장님, 이 어린 녀석의 이름은 뭐라고 지었어?"

"아직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네요."



말하면서 페이두는 쇼핑백 안의 물건들을 분류대로 꺼내 두었다.

그의 이 점은 유달리 뛰어나 마치 사람의 형상을 한 자동 창고 저장 시스템 같았다. 집안에 무엇이 있는지, 소비기한은 얼마나 남았는지가 냉장고에 넣는 찰나에도 그의 머릿속에 문서로 잘 보존되었다. 페이두는 집에 있을 때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음식을 주문하지만, 주문할 때도 사 놓은 걸로 뭘 해 먹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집 밖으로 멀리 떠나지 않는 한, 냉장고 안에서 기한이 지난 우유와 상한 음식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집에 꼭 필요한 슈퍼 음식 주문기라고 할 만하다.

'슈퍼 음식 주문기'가 냉장고 안 몇몇 물건의 위치를 마음대로 바꿨는데, 대체 무슨 신비로운 코딩을 실행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스키너[각주:1]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왓슨[각주:2]이라고 부를까요?"



듣기만 해도 귀에 거슬렸던 뤄원저우가 말했다.



"길가에서 주운 토종 고양이에게 뭔 서양 이름을 지어주네, 혀가 꼬이는 게 두렵지 않나 보지. 이렇게 하자, 네가 주워 온 거니까 네 성을 따고 족보에 따라 뤄이궈랑 같이 '이(一)'라는 돌림자를 쓰는 거야. 음⋯⋯ 냄비[각주:3]에 담으면 꽉 차지 않을 거고, 한 그릇(一碗)에 담으면 그럭저럭 되겠네. 그럼 페이이완(费一碗)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선배, 저 좀 봐요."



페이두가 냉장고 문 뒤에서 머리를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여기 봐요, 이 표정에 '머리카락 개수만큼이나 거절이다'라고 적혀 있네요."

"이름을 천하게 지으면 먹여 살리기 쉬운데[각주:4]⋯⋯. 아, 내가 잡을게. 하마터면⋯⋯ 내가 말하건대, 페이두 동지. 우리 위험한 짓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슈퍼 음식 주문기'는 실용적이나 결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밤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하는 생활을 하지만 눈치가 없고 속바지를 입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외에도, 그는 무슨 물건이라도 마음대로 식탁 가장자리에 두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일이 날 뻔하기도 했다 —— 휴대전화는 절반가량 공중에 떠 있었고 밥그릇과 물컵도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가장 위험했던 일은 그가 과일을 다 깎고 나서 칼을 내려놓았는데, 칼을 바깥으로 조금 드러나게 작업대에 둔 것이다. 다행히도 뤄원저우는 강박증이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산 채로 괴로워하다 죽었을 것이다.

뤄원저우는 겉옷을 벗을 때 조심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가 탁자 가장자리에 또 '내려둔' 휴대전화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뻔했지만, 다행히도 뤄 팀장은 민첩한 솜씨로 받아내었다.



"우리 집 탁자가 크지 않은 걸까, 아니면 네 팔이 짧은 걸까?"



주방으로 파고 들어간 뤄원저우는 페이두의 휴대전화를 든 손으로 그의 머리 위를 가볍게 쳤다.



"한 번 망가져 봐야 네가 말을 듣겠지 —— 저녁에 뭐 먹을 거야? 물건 좀 꺼내서 고양이에게 먹여줘."



페이두는 '오'하고 소리를 내더니, 일을 하러 갔다.



"참, 라오뤄(老骆). 저 내일 출장 가요."

"좋아, 이따가 밥 먹고 옷 챙겨줄게."



채소를 씻고 있던 뤄원저우가 이어 물었다.



"며칠인데? 어디로 가? 거긴 몇 도야?"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걸려요."



페이두가 이어 말했다.



"온도는 여기랑 비슷해요. 빈하이(滨海)로 가거든요."

"빈하이?"



뤄원저우는 잠시 어리둥절해했다. 거긴 차로 왕복하는 데 하루가 걸리는 곳 아닌가.



"빈하이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러야 하는 일이야?"

"응."



말을 잠시 멈춘 페이두는 이어 말했다.



"우리 쪽에서 그 땅을 가져오고 싶거든요. 먼저 가 있는 라오저우(老周)와 루자가 잘 얘기하고는 있는데, 제가 직접 가서 이야기해야 하는 일들이 꽤 많아요."



잠시 침묵한 뤄원저우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페이두가 무슨 땅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듣자마자 알아챘다.



"가져올 수 있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질을 시킬 수도 있잖아요."

"헛소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는 있어요."



아직 이름이 없는 새끼 고양이에게 영양제[각주:5]를 다 짜준 페이두가 고개를 돌리더니 그에게 웃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왜 제가 적어도 일주일이 걸린다고 정해 두었겠어요. 기껏해야 몇 번 뛰어다니는 건데, 뜸을 들이며 물고 늘어져야죠."

"가져오면 뭘 할지 준비해 뒀어?"

"관광지로 재개발할 거예요. 현지 정부에게 보고한 기획안의 주제가 놀이공원이거든요."



페이두는 새끼 고양이의 밥그릇으로 다가가는 뤄이궈를 가볍게 밀어냈다.



"그건 어린 고양이 전용 영양제야, 열량이 너무 높아. 너는 다음에 저열량으로 사줄게 —— 궈헝이 말 안 해주셨나요?"

"최근에는 연락한 적이 없는데⋯⋯ 궈헝? 여기서 왜 궈헝이 언급되는 거야?"

"놀이공원은 우리가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모아서 투표로 뽑은 거예요."



페이두가 이어 말했다.



"초기 구상은 그 여자아이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설계 속에 녹여내 설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였어요⋯⋯ 부모들이 모두 주주인 셈이라 기술 배당금을 받아요.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은 시간이 걸려야 알겠죠, 다른 저작권과 관련된 건 다시 사람을 불러 의견을 조정해야 하거든요. 라오저우는 앞으로 몇 년간 기반 없이 이 방면에 시간을 쏟아야 할 거예요."

"그 사람들이⋯⋯ 스스로 투표했다고?"



뤄원저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이어 말했다.



"그 광경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지 두렵지 않나? 내가 생각하기엔⋯⋯"

"그 땅, 그 도시는 한평생 그 사람들이 떨쳐낼 수 없는 악몽이었어요."



페이두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지옥은 객관적으로는 존재하죠.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은 소멸하지 않아요. 오직 그것을 점령하고, 지배하고, 그런 다음에 스스로 호미를 손에 들어야 그곳에 꽃이 가득 필 수가 있는 거예요 —— 가장 어려운 부분은 모두 지나갔으니, 그 뒤의 일도 당연히 계속해서 해나가야죠."

"그래, 그것도 일리가 있네."



뤄원저우는 직업병 때문에 다시 일침을 날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어. 네가 거기에 놀이동산을 지으면 정상이 아닌 녀석들이 모여들 수 있잖아."



두 고양이에게 사람의 형상을 한 개별 식사 가림판이 된 페이두가 웃었다.



"제 지반에요?"



안경을 치켜올린 그가 말했다.



"선배, 고왕[각주:6]이 기거하는 곳은 주위 십 리에 곤충이 자라나지 못한답니다."

"아 알았다, 알았어, 알겠다고. 그래, 너 대단하다. 넌 정말 집의 악귀를 몰아내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대장뇌[각주:7]야."



뤄원저우가 입안의 공기를 내뿜었다.



"가서 오븐 예열이나 해!"



영명하고 위풍당당하신 '고왕 폐하'의 병풍 같은 꼬리는 미처 펼쳐지지도 않았는데 뤄 팀장에게 움켜쥐어졌다. 게다가 그날 저녁에는 먹는 것만 기억하고 얻어맞은 일은 잊어버렸기 때문에 뤄원저우의 고함에 애벌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

페이두는 우유를 반쯤 마신 뒤, 저우화이진에게 일이 있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실에서는 신호가 잘 안 터졌기 때문에, 잔을 내려놓은 페이두는 전화기를 손에 든 채로 베란다로 갔다. 또 다기를 올려놓는 작은 탁자에 잔을 조금 바깥으로 드러나게 둔 채로 말이다.

우유 냄새에 이끌린 새끼 고양이는 용기를 내어 작은 탁자 위로 뛰어오르고는 잔 안에 뭐가 있는지 맡아보고 싶어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뤄이궈가 자기 모습과 맞지 않는 건장하고 힘 있는 걸음으로 뛰어오르더니, 머그잔을 향해 뺨치기를 날렸다.

'와장창'!



이름 없는 새끼 고양이: "⋯⋯"



정말 포악한 뤄이궈는 사건을 저지른 뒤 전혀 주저 없이 도망쳤다. 고양이 털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로 공훈과 그 명성을 깊이 감추었다.

방에서 페이두에게 줄 의복을 들고 있다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뤄원저우는 월급쟁이에 속하는 영혼이 전부 작렬해 버렸다. 비록 그는 여태껏 페이두의 소비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지만, 때때로 인터넷에서 가격을 검색하고는 페이 사장님의 닳을까 봐 보지도 못할 아주 귀한 물건들을 조심성 없이 푸대접하지 않도록 했다.



"너 이 잔이 얼마짜리인지나 알고 있는 거야!"



이름 없는 새끼 고양이는 어릴 때부터 떠돌아다니며 영양이 좋지 않았고, 뇌 발달도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범죄 현장에서 두 쌍의 큰 눈을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귀신도 모르게 캣타워에 뛰어오른 뤄이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을 핥으며 그의 효성스러운 아들과 어진 손자인 뤄원저우의 말에 동의를 깊이 표현하기도 했다. —— 뭔 방법이 있기나 할까, 이 집에는 사고 치는 요괴들이 참 많기도 하네.



"넌 이리로 오지 마, 바닥에 깨진 조각들이 널린 거 안 보여?"



뤄원저우는 팔을 길게 뻗어 새끼 고양이를 손에 든 채로 서둘러 들어오는 페이두에 손에 토스했다.



"방탕아가 방탕묘를 데려왔네! 내가 보기엔 차라리 페이쳰[각주:8]이라고 부르면 되겠어!"



페이두는 새끼 고양이의 미래 존엄성을 위해 뤄원저우와 반나절 동안 맞서 싸웠다. 다음날 이른 아침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는 특별히 새끼 고양이에게 당부하기까지 했다.



"너는 스키너야, 기억해 둬. 뤄원저우의 말은 듣지 말고."



새끼 고양이는 커다란 하품을 하고는 멍한 표정으로 문밖을 나서는 그를 배웅해 주었다.

페이두의 이번 출장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다. 거의 한 달이 되도록 바쁘게 뛰어다니고 나서야, 한 판을 끝내 초췌해진 저우화이진과 자칭 '피곤해서 퉁퉁 부은' 루자를 데리고 함께 옌청으로 돌아왔다.

저우화이진은 차에 타자마자 자기 시작했고, 깼을 때는 이미 옌청의 한창인 퇴근길 교통 체증 대열 속에 끼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뜬 눈을 비비고 차창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줄줄이 꿰어진 차의 불빛들과 모호한 빛과 그림자를 보자니 이번 잠은 든든하고 편안했다고 느꼈다.

이때, 그는 곁눈질로 루자가 휴대전화로 메모에 무언가를 적는 것을 힐끗 보았고 실수로 노려보게 되었다. 그 뚱보가 쓴 글은 이러했다.



모월 모일, 사장님께서 차를 운전하시고 나는 차를 탔다. 고급 자동차는 가는 길 내내 이목을 끌어 사람들이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차가 막힐 때는 여자 두 명이 나에게 웃음을 날리기도 했는데, 진짜 짜릿하다! 사장님, 아, 사장님은 자신이 매력 있는 게 잘생겨서라고 생각하시나요? 땡,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건 바로 좌석 시트라고요!



저우화이진이 말했다.



"⋯⋯ 너 뭐 하는 거야?"



반란이라도 하게?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죠."



루자는 메모를 저장하며 이어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꿀단지 속에서 성장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계가 가진 논리는 달콤해요. 우리들은 말이죠,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며 각종 달콤한 것들을 수집해야 해요. 천천히 모은다면 수년 뒤에는 자기에게 꿀단지 하나를 선물할 수 있답니다 —— 이건 사장님이 나에게 가르쳐준 내용이에요."
 
 

운전하고 있던 페이두는 도로를 보고 있는 채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며 말했다.



"너의 그 달콤함 속에 나에 관한 험담은 조금만 넣어주면 좋을 텐데."



저우화이진은 진담으로 받아들이며 생각했다.



"페이 사장님께서도 이런 기록을 하십니까?"



페이두는 한마디로 부인했다.



"저는 단맛을 조금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네요."



루자는 웃을 뿐 말하지 않았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을 루자의 복싱장으로 데려다주고 차에서 내려 짐을 가지러 갈 때, 루자는 갑자기 무심코 내뱉은 것처럼 말을 꺼냈다.



"아, 페이 사장님. 작년에 뤄 팀장님 생신 때 사장님께서 모멘트[각주:9]에 올린 그 케이크는 어디서 주문하신 거예요?"

"그 사람이 올린 거야. 난 그냥 좋아요만 눌렀고, 위챗은 나중에 마지못해서⋯⋯"



페이두는 뇌를 거치지 않고 대답해 주다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반응을 보이며 웃는 듯 아닌 듯 루자를 보았다.

크게 웃으며 두 사람의 짐을 어깨에 멘 루자는 교활한 뤄이궈보다 더 건장하고 힘 있게 도망쳤다.



"망할 뚱보."



페이두는 고개를 살랑살랑 저으며 트렁크를 닫고는 저우화이진과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동으로 '사탕 창고'에 저장하는 시스템이기에 장부에 거둬들인 기록 하나하나가 명명백백하기 때문이었다.

아, 맞다. '스키너'에 대해서는⋯⋯ 뭔 스키너란 말인가. 페이두가 보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와 보니, 그 맹하고 어린 금수는 벌써 '페이쳰'이라는 속 썩이는 이름을 받아들인 뒤였다. 부르기만 하면 고개를 젓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페이쳰'이라고 불린다니, 이 생애에 또 무슨 장래성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아이는 뤄이궈의 전수를 이어받아 집안의 새로운 먹이 사슬의 최하위층이 되었다. 이것이 뒷이야기이다.
 

  1. Skinner, 미국 행동주의 심리학자의 이름. 실험용 동물에게 빛이나 소리 신호와 같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특정한 동작을 학습시키는 실험 기구인 스키너 상자의 창안자이다. [본문으로]
  2. Watson,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본문으로]
  3. 뤄이궈의 이궈(一锅)는 냄비 하나라는 뜻이다. [본문으로]
  4. 아이의 이름을 천하게 지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贱名长命'을 비튼 말이다. [본문으로]
  5. 원문은 营养膏로, 사진 참고

    [본문으로]

  6. 蠱王, 중국 서남부의 소수민족 전설에서 등장하는, 고술(蠱術)에 전통한 인물. 독이 있는 동물들을 한 항아리 안에 집어넣고 서로 잡아먹게 하여 남은 마지막 한 마리를 고충(蠱虫)이라 하며, 이 고충을 다루는 기술을 고술이라 한다. 출처: https://blog.naver.com/muam777/220782043682 [본문으로]
  7. 大樟脑, 장뇌 앞에 대(大)를 붙여서 대단하다는 의미를 더했다. 장뇌란 녹나무에서 추출되는 물질로 살충, 방부 효과가 있다. 의류를 보관할 때 좀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8. 费钱, 페이두와 같은 성인 페이(费)에 돈을 뜻하는 쳰(钱)을 붙인 것. 돈을 낭비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본문으로]
  9. 朋友圈,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인 Wechat에서 제공하는 SNS 기능. 쉽게 말하면 카카오스토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