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번역합니다. 주로 단메이(耽美) 소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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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www.jjwxc.net/onebook.php?novelid=2134415&chapterid=6

 

문안

 

한 몰락한 문파가 잘난 척하는 원숭이, 말썽쟁이 요괴, 냉혹한 귀신, 바보와 잡종의 손에서 어떻게 재건되는지에 대한 수진(修眞) 이야기. 

 

CP는 대사형이 연상~
사고뭉치 공 x 매몰찬 수

 
 

이 도련님은 아침 수업을 들으려 온 것이 아니라, 말썽을 일으키려 온 것 같았다.

 
 
"정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부께서는 한연은 '소연'이라 부르시고 정잠을 부를 때는 항상 이름에다가 성을 붙이셨다. 듣기만 해서는 정잠을 편애하는 건지 아니면 좋아하지 않는 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으나, 그 속에는 글자의 의미를 몇 번이나 곱씹는 신중함이 머금어져 있었다.

조금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고개를 든 정잠은 소매 속에 감춰진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오거라."



목춘진인이 그를 훑어보았다. 곧바로 자신이 지나치게 근엄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눈꺼풀에 준 힘을 약간 풀고 다시 자비롭고 인자한 얼굴을 한 족제비가 되었고, 다소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로 오거라."



말하는 동안 목춘은 한 손을 들어 정잠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손바닥에는 조그마한 온기가 있었고, 소맷자락을 따라 초목 향기가 정잠에게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전혀 마음을 편하게 하지 못했으므로 정잠은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사부께서 한연에게 하신, '방정맞은 것을 떨쳐버려야 한다'라는 부류의 평론을 떠올린 그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생각했다.



'사부께서는 나를 뭐라고 하실까?'



황급한 와중, 정잠은 전과 다름없이 바삐 지나갔던 자신의 생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떠올리면서 자신의 흠을 꺼내 햇빛에 비춰 자세히 보려고 했다. 사부께서 입을 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정잠은 속으로 세세히 꼽아보았다.



'내 도량이 작다고 하실까? 아니면 인의(仁義)가 부족하다고 하실까? 우애가 부족하다고 하시려나?'



하지만 결과적으로 목춘진인은 한연을 평가하듯이 정잠의 결점과 훈계를 직접 내뱉지 않았다. 그의 장문 사부께서 심지어 약간 망설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적합한 어휘를 유달리 어렵게 찾아내는 듯했다.

정잠이 손발이 차가워진 채로 기다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목춘이 가까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천천히 내뱉으며 신중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말이다, 네 마음속에 꼽아낸 게 있으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네게 '자재[각주:1]'라는 두 글자를 훈계 삼아 내리마."



이 두 글자는 간단하다 못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었다. 뜻이 공허하고 통칭하는 것이 끝없어 사람으로 하여금 잠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정잠은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속으로 한 무더기를 준비해 놓은 게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가슴 속으로 들이마셨던 공기를 내쉬지 못했고, 오히려 더 들이마시기까지 했다.

정잠은 엉겁결에 입을 잘못 열어 물었다.



"사부, '자재'가 무엇입니까?"



묻자마자 또다시 그는 조금 후회가 되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한연처럼 머리만 크고 뇌가 없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잠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조금은 떠보려는 뜻과 자신 없는 마음을 가지고 그는 강하게 우쭐댐과 동시에 억지로 둘러맞추며 물었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수행에 노력하라는 뜻입니까?"



잠시 멈칫한 목춘은 해설해 주지 않았고, 결국에는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렇다고 치거라."



지금은 그렇다고 치면, 그 이후에는 아니게 된다는 것인가?

게다가 '그렇다고 치자'는 뭔 뜻일까?



정잠은 이 대답을 듣고 더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심지어 목춘진인의 말 속에서 조금은 앞길을 알 수 없는 단서를 예민하게 맡아냈다. 하지만 사부께서 그다지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이 보였기에, 나이답지 않게 눈치를 본 그는 할 수 없이 간신히 마음속의 질문을 삼키고는 단정하고 예의 바르게 몸을 굽히며 말했다.



"네, 사부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목춘진인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겉보기에 그는 그다지 건장하지 않은 장년 남자였지만, 실제로는 다 늙어버린 요괴였다. 당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 정잠이 진퇴[각주:2]와 예절이 빈틈없고 일상생활을 거들어주는 도동들을 모두 형으로 호칭하는 것은, 주위에 있는 사람이 특별히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서 때문이 아니라 '남'의 앞에서 자신의 번거롭고 불필요한 '문아[각주:3]'를 해치려 하지 않기 때문임을.

'무릇 예(禮)라고 함은, 충직함과 믿음이 옅어지고 혼란해질 때 먼저 고개를 든다[각주:4]'라는 말이 있다. 이 아이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능력이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하나, 타고난 자질이 아무리 좋아도 그 타고난 성격이 대도(大道)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게다가 정잠은 마음이 예민해서 그다지 남에게 귀여움을 받을 수 없었다. ⋯⋯ 하지만 자만심이 아주 강해서 틀림없이 남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을 테다.

정잠을 놓아준 목춘진인은 그가 장차 잘못된 길로 엇나갈까 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는 부서져서 다리가 세 개 있는 나무 탁자를 뒤집고는, 한연과 정잠을 불러 같이 다가오도록 했다.

그 나무 탁자의 뒷면에는 벌레가 좀먹어 생긴 크고 작은 굴이 가득 퍼져 있었다. 별처럼 총총히 널려 있으며 정말 왁자지껄해 보이는 그 벌레들의 눈 틈에는 의외로 작은 글자가 빽빽하게 가득 새겨져 있었다.

목춘이 말했다.



"이게 바로 입문할 때 스승이 먼저 너희에게 전수해야 하는 것이지. 나의 부요파 문규를 너희 두 사람이 반드시 한 글자의 오차도 없이 기억해 두어야 한다. 오늘부터 매일 한 번씩 외워 써야 하는데, 칠칠사십구[각주:5] 일까지 쓰면 된다."



한 줄 한 줄 쓰인 문규를 마주한 정잠은 마침내 아주 적절한 경악을 드러내었다 —— 여태까지 한 문파의 문규처럼 이렇게나 신성한 것이 부서진 나무 탁자 아래에 새겨져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것도 다리가 세 개 있는 나무 탁자에 말이다.

그와 같은 모습으로 경악스러워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옆에 있는 한연이었다.

목을 길게 뻗은 작은 거지는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아이고야, 이게 다 뭐예요? 사부, 이건 저를 알아보겠지만, 저는 이걸 전혀 못 알아보겠다고요!"

정잠: ⋯⋯



족제비가 변한 것일 수도 있는 사부, 조리가 없고 당치도 않은 훈계, 낡아빠진 나무 탁상 밑에 새겨진 문규, 여자 같은 목소리의 사형 한 분, 글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 사제 한 명⋯⋯. 그의 수행 생애의 시작이 이렇게나 심상치 않으니, 나중에 수행의 결실을 보아도 과연 좋은 게 오긴 할까?

정잠은 앞길이 까마득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저녁에 돌아갔을 때, 정잠의 마음은 황홀하게 빛났다. 왜냐하면 마침내 자신에게도 서재 한 칸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서재 안에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수레로 옮기면 소가 땀이 나고 쌓으면 지붕에 닿을 정도로 많은 장서(汗牛充棟)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설청이 그에게 준비해 준 종이와 붓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잠은 종이 위에 글씨를 써본 적이 아직 없었다 —— 그의 친부모가 가진 학식을 다 더해봐도 일부터 십까지 쓰는 것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집안에도 당연히 이런 것들을 준비해 두지도 않았다. 이 몇 년 동안,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능력을 가진 그는 늙은 동생에게서 적지 않은 글자를 읽는 법을 훔치고 또 훔쳐내어 머릿속에 담고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 문어귀에서 나뭇가지로 땅 위에 그림을 그렸다. 정말 꿈을 꿔서라도 문방사우를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정잠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중독이 되었다. 그래서 사부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 사부는 그저 하루에 한 번씩만 문규를 외워 쓰라고 했었다. 그렇지만 설청이 들어와 밥을 먹으라고 불렀을 때, 정잠은 이미 중독된 것처럼 다섯 번째로 글을 쓰고 있던 중이었다. 게다가 이를 멈추지 않으려 하는 뜻이 컸다.

족제비 털로 만든 붓은 나뭇가지랑 달랐다. 정잠은 처음으로 종이와 붓을 만져보았으니 써 내려간 글자는 당연히 차마 볼 수 없는 정도였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그가 나무판 위에 적힌 문규의 필적을 온갖 정성을 다해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잠은 부지당에서 그것을 보는 그 순간에 문규를 조목마다 상세히 분석하여 머릿속에 집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만족하지 못하고 그것의 종횡, 삐침과 파임이 용솟음치며 뻗어 나간 맥을 전부 다 싸 가지고 왔다.

설청은 발견했다, 그가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닮지 않았거나 좋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고, 마치 옆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온 정신을 다 기울여 모방하는 것을. 정잠은 앉으면 반 시진을 꼼짝없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이 그의 서재에 들어왔다는 것도 완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첫날에 정잠은 아주 잘 잤긴 했지만, 이날은 흥분되어 조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자마자 자기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머릿속에 오고 가는 것들은 모두 문규의 필적이었다. 

문규도 틀림없이 편액을 쓴 그 사람이 새긴 것일 테다. 정잠은 그의 글씨가 너무 좋아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편액은 괜찮다 쳐도, 문규를 새긴 그 부서진 나무 탁자는 아주 튼튼하지 않아 보이니 몇 년이 지나면 썩어버릴 것 같다. 그는 문규가 새겨진 지 오래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건 누구의 글씨일까? 설마 사부이실까?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잠에 들기까지 그가 계속 아무렇게나 생각을 다듬는 데에 몰두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진 와중, 무엇인가가 그를 이끌고 부요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돌고 돌고 또 돈 끝에 낮에 가봤던 '부지당'에 도착한 정잠은 영문도 모른 채로 생각했다.



'내가 사부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뭐 하는 거지?'



하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뜰 안에서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키가 늘씬했으니 아마 남자일 것이다. 하지만 용모가 매우 모호해, 얼굴을 마치 검은 안개 속에 감춘 것 같았다. 뼈마디가 분명하고 새파랄 정도로 하얀 두 손이 외롭게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넋 같았다.

겁을 먹은 정잠은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사부가 조금 걱정되었다. 그래서 용기를 북돋고는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왜 내 사부께서 계시는 집 안에 있는 거야?"



그 사람이 손을 들자, 정잠은 거대한 인력(引力)을 느꼈다. 그의 두 발이 땅바닥과 떨어진 채로 앞으로 나아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남자의 근처에 다다랐다.

한 손을 들어 올린 상대방은 높은 곳에서 굽어보며 정잠의 얼굴을 건드렸다.

정잠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이 사람의 손은 정말 차가웠다. 그가 한 번 건드리면 그 사람의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곧 그 사람이 정잠의 어깨를 잡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작은 것아,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돌아가거라!"



정잠은 자신이 매몰차게 밀쳐졌다고 느꼈다. 갑자기 깜짝 놀라서 깨 보니 자신의 침상이었고, 하늘은 아직도 동이 트지 않은 채였다.

이런 꿈을 꾸자 그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어, 할 수 없이 자신을 적절히 단장하고는 뜰로 달려가 꽃에 물을 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설청은 그를 전도당(傳道堂)에 데려다 줄 때까지도 자신이 뜻밖에도 정잠보다 늦게 일어난 것이 부끄러워 여전히 진땀을 흘렸다.

전도당은 작은 정자로, 정자 안에는 책상과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고 주위는 빈터로 둘러싸여 있었다. 정잠과 설청은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도동은 마당을 다 쓴 뒤에 물을 끓여 차를 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잠은 말도 소리도 없이 자리를 찾아 앉았고, 훈련된 밑바탕이 있는 어린 도동이 바로 뜨겁게 우려낸 차 한 사발을 가져다주었다.

정잠은 비록 안색을 냉담하게 유지했지만, 돌의자에 앉아 있는 엉덩이는 시종일관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가장자리에 가까이 움직였다 —— 이미 버릇이 되어 몸에 배어 버렸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고생을 했으나 그다지 큰 복은 누리지 못했다. 한쪽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다른 사람이 일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속으로 난처할 때의 불안이 피어올랐다.

차 한 잔을 다 마실 시간이 지나자, 정잠은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낯선 소년이 한쪽 오솔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소년은 긴 감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폼 속에 손바닥보다 폭이 넓은 목검 한 자루를 안고 있었다. 발 아래를 나는 듯이 빠르게 움직이며 곁눈질하지도 않고 걸어왔다. 그의 뒤를 따르던 도동은 조금 허둥대며 계속 쫓아왔다.

설청이 작은 목소리로 정잠에게 말했다.



"저분은 둘째 사숙이십니다."



이사형(二師兄) 이균(李筠). 부지당의 사립문 뒤에서 이 이름이 쓰인 목패를 본 적이 있는 정잠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맞이했다.



"이사형."



이균은 정자 안에 이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듯,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정잠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의 두 눈 속 검은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좀 더 큰 것 같았다. 이 때문에 눈빛이 그다지 온화하지 않은 데다 사람을 볼 때는 냉랭해지는 것 같았다.

⋯⋯ 어쩌면 냉랭한 것 같은 게 아니라, 원래 냉랭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균은 재빠르게 정잠을 한 번 보고는 갑작스럽게 정잠을 향해 웃는 얼굴을 딱딱하게 드러내 보였는데,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해 봐도 그다지 좋은 뜻을 품은 것 같지는 않았다.



"사부께서 어린 사제 두 명을 데리고 돌아오셨다고 했는데, 바로 너구나?"



정잠은 본능적으로 이균의 눈빛을 좋아하지 않았다. 음산하게 느껴졌고, 또 별로 좋은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기에 정잠은 간단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저와 사사제 한연입니다."



이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흥미를 느낀다는 듯 가까이 다가서고는 물었다.



"그러면 너는 이름이 뭐야?"



그의 흥미는 마치 늙은 늑대가 토끼를 바라볼 때의 흥미인 것 같아서, 정잠은 하마터면 뒤로 물러날 뻔했으나 꾹 참았다. 정잠은 원래 있던 자리에 똑바르게 서서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정잠."

"오, 소잠."



이균은 원래 익숙했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짓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안녕."



정잠의 눈앞에는 온통 그의 싸늘할 정도로 흰 치아가 가득했다. 이로써, 부요파 전체에서 사부 외에 그가 조금이라도 좋아할 수 있는 두 번째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부께서 사람인지 아니신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잠시 후, 한연과 사부께서도 오셨다. 한연은 조금도 서먹함 없이 정잠의 앞에 엉덩이를 앉혔고, 혼자 중얼거리며 정잠이 한 번도 같이 놀자고 찾아오지 않은 것을 불평했다. 동시에 말이 끊기는 틈틈이 조그만 기회도 놓치지 않고 탁상에 있는 모든 다과를 집어 한 입 맛보았다.

한연은 때때로 사부를 향해 알랑거리며 싱글벙글해야 했고, 또 뒤돌아보며 정잠에게 눈짓을 보내야 했다. 바빠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뭐가 '못생긴 사람이 못되게 군다(丑人多作怪)'인지를 한 글자도 틀림없이 설명했다.

그리고 대사형 엄쟁명은 꼬박 이 각[각주:6]을 지각하고는 이제 막 하품을 하며 들어왔다.

그는 절대로 길을 걸어서 오려고 하지 않았다. 도동 두 명이 앞뒤로 그를 태운 등나무 의자를 들어 올린 채로 온유향부터 걸어왔다.

용모가 아름다운 소녀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그의 뒤에서 걸어오며 부채질을 해 주었고, 다른 도동 한 명은 한쪽에서 양산을 씌워 주었다.

그 엄쟁명은 혼자서 형합이장[각주:7]을 데리고 백의를 펄럭이니 그 옷자락이 구름 같았다.

이 도련님은 아침 수업을 들으려 온 것이 아니라, 말썽을 일으키려 온 것 같았다.

전도당에 들어서자, 대사형은 먼저 안하무인의 눈빛으로 이균을 흘겨보더니 싫음을 명백히 드러내며 눈썹 끝을 치켜올렸다. 곧이어 한연과 그 탁자 위의 전혀 완벽하지 않은 다과를 본 대사형은 '솨락' 소리를 내며 손안의 쥘부채를 펼치고는, 자기 눈을 가려 깨끗한 시선이 더럽혀지는 일을 막았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던 그는 하는 수 없이 코가 코가 아니고, 얼굴이 얼굴이 아닌 채로[각주:8] 정잠의 옆으로 갔다. 옆에 있는 도동은 평소에 훈련이 잘되어 있는 모습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돌의자를 네 번이나 닦고 방석을 깔고는 훌륭한 차를 타더니 다시 부적이 새겨진 찻잔 위에 뜨거운 차를 올려놓았다. 그 찻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찻물을 냉각시켰다. 찻잔 겉면에 미미하게 수증기가 한 겹 응결될 정도로 차가워지자, 엄쟁명은 그제야 생기가 조금도 없는 모습으로 차를 마셨다.

상기한 여러 가지 절차를 한 개도 틀림없이 진행해야, 그 엄 도련님의 존귀하신 엉덩이가 자리에 앉았다.

이균은 이상한 일을 만나도 자신은 태연하다는 듯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고,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떡 벌린 한연의 표정은 마치 '이게 다 뭐냐'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가까이서 전 과정을 구경한 정잠은 언제나 말과 태도가 냉혹했지만, 이때는 할 말이 없었다.

부요파의 닭이 날아오르고 개가 난리를 치는 아침 수업은 이렇게 목춘진인의 네 제자가 서로를 눈에 거슬려하는 상황 속에서 시작되었다.

  1. 自在, 직역하면 '자신이 존재하다'라는 뜻이나, 보통은 '자유롭다', '편안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본문으로]
  2. 나아가야 할 때는 나아가고 물러나야 할 때는 물러나는 것. [본문으로]
  3. 文雅, 고상하고 우아하다. [본문으로]
  4. 작가 주: 夫禮者,忠信之薄而亂之首——老子《德經》 [본문으로]
  5. 49일. 원문은 七七四十九天로 죽은 사람이 입관하면 친척들이 칠칠사십구 일 동안 상을 지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본문으로]
  6. 兩刻, 각(刻)은 15분을 뜻하므로 이각은 약 30분이 된다. [본문으로]
  7. 哼哈二將, 불교에서 절의 문을 지키는 금강신을 뜻하기도 하나, 세력가의 오른팔과 왼팔을 지칭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8. 원문은 鼻子不是鼻子,眼不是眼으로 엄청나게 화난 모습을 형용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