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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한 몰락한 문파가 잘난 척하는 원숭이, 말썽쟁이 요괴, 냉혹한 귀신, 바보와 잡종 도사의 손에서 어떻게 재건되는지에 대한 수진(修眞) 이야기.
CP는 대사형이 연상~
사고뭉치 공 x 매몰찬 수
목춘진인이 새로 거둔 두 어린 제자는, 한쪽은 말뚝처럼 조용하고 한쪽은 원숭이처럼 행동했다.
한연은 비록 정잠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았지만, 입문의 선후에 따라 역으로 그의 넷째 사제가 되었다. 정잠은 '관문 제자'가 된 지 며칠 만에 다른 사람의 사형이 되었다. 1
부요파의 뒷문이 엄격하게 닫혀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규화계로 말할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대부분이 공경의 뜻으로 드리는 선물이 되어 사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닭마저도 목춘진인의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주둥이를 틀어막지 못했다. 어디서 그렇게나 설교를 좋아하는 버릇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그는 먹는 동시에 물었다.
"닭은 어디에서 났느냐?"
한연의 약삭빠른 혀는 절기(絶技)가 있었다—— 그는 닭뼈를 뜯어먹을 때 손을 쓰지 않은 채로 통째로 입 안에 밀어 넣었다. 뺨이 몇 번 부풀어 오른 뒤에 잠시 연골을 아그작거리며 씹고 나서는 완전히 깔끔한 뼈 하나를 토해낼 수 있었다.
'퉤'하는 소리가 들리고 교양 없이 입속의 뼈를 분출한 그가 사부의 말씀에 답했다.
"앞에 있는 마을에서 훔친 거예요."
공자가 말하기를, 먹을 때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잠을 잘 때도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食不言,寢不語).
규화계는 당연히 향기가 진했다. 원래 정잠은 사부를 따라 닭 다리 하나를 찢어 먹을지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보고 전후 사정을 듣자 정잠은 단호하게 손을 움츠리며 거두고는 묵묵히 한쪽에서 딱딱하게 굳어서 돌이 된 구운 병(餠)을 갉아먹었다.
이런 인품의 한연이 무슨 품위 있는 닭으로 자라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보면 정잠은 비록 나이가 아직 어려도 도심(道心)과 원칙이 이미 그의 몽둥이 사부보다 더욱 견고했다.
목춘진인은 분명 이로 인하여 식욕에 전혀 영향이 가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는 입을 크게 벌리며 씹고 있던 와중에 반쯤 공간을 비워내어 입을 벌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스스로 도둑질을 취한 것은 묻지 않겠지만, 내 수진을 하는 사람이 어찌 닭을 훔치고 개를 훔칠 수 있겠느냐? 예끼, 예의에 어긋난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야!"
한연은 울적하게 대답하는 소리를 냈다. 어린 거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감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닭을 훔치고 개를 훔치는 것은 안 되지만, 함정에 빠뜨리거나 눈을 속이고 몰래 빼앗으며 기만하는(坑蒙拐騙) 짓은 틀림없이 해도 되는 건가.'
정잠은 옆에서 날카롭고 사정없이 생각하다가, 뒤이어 자신이 방금 큰 빗속에서 사부께 드린, 남몰래 한 너그러운 용서를 떠올리고는 할 수 없이 조금 편파적이면서도 노련하고 침착하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따지지 말자.'
넷째 사제 한연은 길고 작은 코에 눈이 작았으며 아래턱은 살짝 이빨이 반대로 맞물리는 주걱턱이었고, 또 두 쌍의 작은 눈은 늘 게으르면서도 교활한 빛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보기에는 귀여운 데가 대단히 없었다.
정잠은 한연을 보자마자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모습이 누추한 건 내버려둬도, 한연은 '사제'라는 명칭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잠은 '형'과 '제'와 관련된 모든 글자에 호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단지 스스로가 묵묵하게 좋아하지 않았을 뿐, 겉으로는 전과 다름없이 그다지 처세술이 능란하지 않은 우호적인 온화함을 띄고 있었다.
정 씨 집에 있었을 때, 새로 지은 의복은 맏형의 것이었고 설탕을 넣은 우유는 어린 동생의 것이었다. 좋은 일은 결국 한 번도 정잠의 차례가 오지 않았고 늘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정잠은 타고난 성품이 너그러우며 후하지 않았기에 자연히 마음에 원망과 분노가 자라났지만, 늙은 동생은 '아버지는 자애를 베풀고 자식은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의가 있어야 한다(父慈子孝、兄友弟恭)'를 항상 거듭하여 입가에다가 걸었고 그도 이를 들었다. 이 때문에 항상 자신의 원망과 분노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어린 남자아이는 교양과 무예를 양성할 틈이 없었고, 정잠은 정말 불평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할 수 없이 불평이 없는 척했다 —— 지금 문파에 와서도 그는 여전히 이러한 틀을 차리고 있었다.
이미 사부께서 이랬다저랬다 하시고 닫아버린 문을 다시 열어버린 바에야, 정잠도 할 수 없이 버젓함을 모방해 사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았다.
길에서 뛰어다닌 일이 있었던데다 그가 사형이 되기도 했으니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 있으면 사부께 양보하고 또 사제에게 양보해야 하지만, 이를 해내는 것은 전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잠은 늘 자신을 검증함으로써 온화, 선량, 공경, 절감, 겸양의 체통을 잃는 것을 막았다. 2
정잠은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가혹한 요구를 했다 ——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저속하며 거칠고 급한 성미로 곤궁하고 초라하게 살았는데, 그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았다. 정잠은 늙은 동생의 말을 듣고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감히 밝게 드러내지 못한 채로 부득이하게 그를 불쌍히 여기는 것으로 어둡게 숨겼다. 작은 소년은 한밤중에 꿈을 꿀 때마다 항상 자신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그의 아버지 같은 인물로 변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따뜻하고 선량한 체면은 그가 망망함과 틈새 속에서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 내려 애쓰고 나서야 자신을 지탱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니, 어찌 되었든 간에 잃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잠이 아주 빨리 발견한 것은, 자신이 이뤄낸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 사제는 정말 어떤 배려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 그는 용모도 밉살스러울 뿐만 아니라 몸에 밴 버릇과 천성(天性)도 매우 사람을 짜증 나게 했다.
우선, 한연 이 자는 쓸데없는 말이 아주 많았다. 이 어린 거지를 줍기 전에는 길을 가는 모든 과정에서 사부님이 소란스럽게 구는 데에 책임을 지셨는데, 이 어린 거지를 줍고 난 뒤에는 목춘진인이 아주 우아하고 조용했던 것이 분명했다.
작은 거지는 사부의 '닭을 훔치고 개를 훔치다'라는 의견과 관련하여 깨우침을 얻었는지, 자신이 일 장(丈)이나 되는 커다란 족제비를 어떻게 싸워서 이겼는지와 살찐 닭을 훔친 이야기를 입에나 나오는 대로 엮어냈다.
그는 방방 뛰면서 엮어내었고, 생동감 넘치면서도 기승전결이 자유분방하고 기복이 심하여 그의 영명함과 신과 같이 뛰어난 무용을 드러내지 않음이 없었다.
정잠은 도리가 있는 질의를 시험하려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일 장이나 되는 족제비가 있을 수가 있는 거지?"
한연은 도발을 받자 곧 가슴을 쭉 내밀고 고개를 들며 변명했다.
"당연히 요괴가 된 것 아니겠어요. 사부님, 족제비는 요괴가 될 수 있죠?"
사부께서 족제비 요괴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말에 무슨 추억이 불러일으켜졌는지는 몰라도, 안색이 좀 괴이한 듯한 것이 이가 아픈 것 같기도 했고 또 배탈이 난 것 같기도 했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그는 너울거리며 정신을 딴 데 판 채로 답했다.
"만물에는 영이 있으니, 아마 모두가 요괴가 될 수 있을 게다."
마치 더없이 커다란 긍정을 얻은 듯한 한연은 뽐내는 기색을 숨기지도 않은 채로 정잠을 향해 미미하게 머리를 젖히며 괴상야릇하게 말했다.
"사형, 이게 바로 사형께서 견문이 좁아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인다는 것이랍니다. 사람은 수련해서 성인이 될 수 있으니, 동물도 당연히 수련해서 요괴가 될 수 있죠."
정잠은 대답이 없었으나 속으로 냉소하는 소리를 냈다.
가령 족제비 하나가 정말 길이가 한 장이나 된다면, 틀림없이 네 다리는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너무 긴 몸은 반드시 뱃가죽을 땅에 비비고 나서야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한 요괴가 한참 동안 고생해서 수련한 것이, 질기고 털 없는 쇠 뱃가죽을 갈아내기 위해서란 말인가?
요괴가 수련해서 무엇을 꾀하는지는 정잠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는 한연이 무엇을 꾀하는지를 이해했다.
이 어린 거지는 시궁창 속에서 자란 거머리처럼 잠깐 피 냄새를 맡으면 바로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빨아들이고 빼앗으니, 뼛속까지 흉악함을 품고 있었다 —— 한연은 자신이랑 사부의 총애를 다투고 있다.
어린 거지는 온갖 기회를 잡아 사부께 그가 용맹스럽고 비범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틈만 보이면 바늘을 꽂아 그의 '유약하고 만만한' 사형을 먹칠했다. 정잠은 그가 날뛰는 것을 보는 것이 우습지도 않았다. 그 늙은 동생에게 간단하게 배운 그는 속으로 그의 넷째 사제에게 반쯤은 시고 얼얼하지는 않은,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논했다 3. 4
'군자는 곤궁함을 굳게 지키나, 소인은 곤궁하면 하지 않는 바가 없다 —— 조그마한 짐승 같은 놈, 네가 뭐길래!' 5
한연의 '족제비 요괴랑 용맹하게 싸운' 업적을 들은 그다음 날, 정잠은 그의 조그마한 짐승 사제가 어떻게 '영특하고 용맹하며 비범한지'를 직접 눈으로 견문을 넓혔다.
그날 사부께서는 나무 아래에 기대어 낮잠을 잤고, 정잠은 한쪽에서 사부께서 등에 지는 광주리 속에서 찾은, 오래된 고서를 펴 보았다. 낡은 고서는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어렵고 또 매끄럽지 못해 읽기가 부자연스러웠다. 또 정잠은 식견도 없고 학문도 깊지 못하여 대부분의 경문이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다(相見不相識)'였지만, 그는 그 속에서 즐거워했고 전혀 무미건조함을 느끼지 않았다 —— 사부의 경전 속에 무엇이 적혀 있든 간에, 이것은 필경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명정대하게 책을 만져본 것이다.
목춘진인이 새로 거둔 두 어린 제자는, 한쪽은 말뚝처럼 조용하고 한쪽은 원숭이처럼 행동했다. 말뚝 정잠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원숭이 한연은 한순간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때, 한(韓) 원숭이가 어디로 뛰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잠은 귀속이 청정한 채로 즐기던 중이었다. 그의 청정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한연이 바로 또 하염없이 훌쩍거리며 도망쳐 왔다.
"사부님⋯⋯."
한연이 잉잉앵앵거리며 응석을 부렸다.
사부의 대답은 하늘거리면서도 부드럽고 연약하며 감미로운, 코 고는 소리였다.
한연은 그리하여 계속 큰 소리로 통곡을 했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 동시에 옆에 있는 정잠을 힐끗 보았다.
정잠은 사부께서는 사실 이미 깨어나셨으나 자는 체를 하면서, 이 사형제(師兄弟)들이 어떻게 함께 지내는지를 보려 한다고 의심했다. 지금 사제가 이렇게나 칠칠찮게 울고 있으니, 그는 사형으로서 보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낡은 경서(經書)를 내려놓고 얼굴엔 온색을 띠며 물었다.
"왜 그래?"
"앞에 강이 있어서 사부와 사형께서 드실 물고기를 잡아드리려고 했는데, 강가에 있던 큰 개가 저를 쫓아왔어요."
정잠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도 당연히 맹견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한연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댔다. 말이 이미 이 정도까지 나왔다. 사제가 효성스럽게 사부와 사형께 물고기를 잡아드리려 했으나 짐승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니, 사형을 찾아서 친히 나서게 해야 했다. 사형으로서 어찌 머리를 움츠리는 도리가 있겠는가?
그는 할 수 없이 땅에서 큰 돌을 주워 손에 쥐고 무게를 어림잡았고, 일어나서 한연과 같이 강가로 가며 얼굴에 온색을 계속 띠고 말했다.
"그래, 그럼 너랑 같이 가서 살펴볼게."
정잠은 준비를 잘 했다. 만약 정말 맹견을 맞닥뜨리면 그는 바로 손에 있는 돌로 사제의 뒤통수를 내리칠 것이다. 반드시 이 조그마한 짐승 같은 놈을 내리쳐 껍질이 부서지고 속이 드러난, 큰 월과(越瓜)로 만들어 버리고는 개 형에게 넘겨 처리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아쉽게도 두 사람이 강가에 가보니 개는 이미 가버렸고, 땅 위에는 오직 작은 발자국 몇 줄만 있을 뿐이었다.
정잠은 그 발자국 두 줄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로 한차례 연구해 보았는데, 그 '맹견'의 체형이 대략 한 척(尺)도 마치지 못한다고 짐작했다. 아마도 치졸한 작은 들개인 것 같았다.
한연 이 조그마한 짐승 같은 놈은 그야말로 뭘 해도 안 되고 뭘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듯했다. 또한 환관처럼 자신의 본래 의도를 숨긴 채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려 들고, 후안무치하며 담은 바늘귀처럼 가느니 오직 우르릉거리는 허풍을 울리며 총애를 겨룰 줄만 아는 것이다.
정잠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벽돌을 쥔 손을 등 뒤로 둔 채, 온화하게 그의 하나도 옳은 곳이 없는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를 내리치고 싶지도 않았다 —— 정잠은 그와 같은 식견을 넓히기가 내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잡아 온 물고기를 옷 안에 품고 서둘러 돌아왔다. 사부께서는 이미 '깨어' 있었고, 자애로우면서도 기쁘고 안심된다는 듯이 그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잠은 사부님의 눈빛을 마주 보자 위장이 묵직한 데다가 말할 수 없이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가 뭘 말하기도 전에 한연은 이미 아첨하듯이 앞으로 나아가고는 없는 내용을 덧붙여 사부의 면전에서 '사형이 어찌나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던지, 자신이 어떻게 머리 하나가 소처럼 큰 맹견을 싸워서 이겼는지와 천신만고를 뚫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묘사했다.
정잠: "⋯⋯"
그는 이 천부적으로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사제가 화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정잠은 늙은 사기꾼 하나와 어린 허풍 장사치 하나랑 같이 열흘 넘게 또 길을 걸었다.
세 사람은 마침내 문파에 도착했다.
정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멀리 떠나보았다. 괴짜 사부와 사제랑 동행한 덕분에 세상의 허다하고도 괴상한 현상을 보았고, 이미 산사태에도 놀라지 않을 법한 침착함을 자못 갖추고 있었다. 6
그는 원래 '부요파'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임시로 만들어진 엉성한 유랑 극단을 생각하며 그다지 희망을 품고 있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건대, 그곳은 어쩌면 황량한 야외에 위치하고 비바람에 몰락한 무허가 도관일 것이고, 문을 열면 보이는 음탕하지는 않은 옷차림이지만 항상 웃고 있는 '조사(祖師) 어르신'에게 향을 피워 올리며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파는 정잠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부요파가 홀로 작은 산봉우리를 차지한 것이 보였다. 그 산은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산기슭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산 사이의 푸르른 큰 파도가 분노하듯이 치면서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벌레 울음소리와 새가 지저귀는 소리 속에서 학 울음소리가 몇 번 들려왔고, 이따금 놀란 기러기가 흘끗 바라보는 듯한 하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며 곧 마치 선기(仙氣) 같은 희미한 한 가닥이 아득하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산속에는 완만한 돌계단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자주 빗자루질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개천이 산봉우리 아래에서부터 내려와 졸졸 소리를 냈다.
한 계단씩 위로 올라가 산 중턱에 도착하자, 정잠은 산꼭대기에 어렴풋이 뜰이 있는 저택이 있는 것을 보았다. 산허리에는 예스러우면서도 소박한 이끼 낀 석문이 앞에 단정히 서 있었으며 그 겉면에는 '부요'라는 두 글자가 신룡이 날아오르고 봉황이 춤을 추듯이 쓰여 있었다.
글씨를 잘 썼는지 못 썼는지는 정잠이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단지 그는 그 두 글자가 흡사 문에서부터 날아오를 것 같았고 정말 등천잠연과 같이 세상에 저밖에 없다고 자부하는 오만불손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운무로 둘러싸인, 인간 세상의 연화를 먹지 않는 세외(世外)의 선산(仙山)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산간에는 모종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뛰어난 빼어남이 서려 있었다. 정잠이 산속으로 한 걸음 내딛자마자 느낀 것은, 호흡하는 사이 몸 전체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푸르른 나무의 짙은 그늘 속에서부터 손바닥만 한 하늘을 살펴봤다. 우물에 앉아 하늘을 바라볼 때의 독특한 천고지형의 느낌 한 가닥이 곧바로 눈썹 언저리로 밀려왔다. 그는 산을 휘감을 정도로 상쾌하게 크게 웃고 소리 지르는 것을 간절히 하고 싶었다. 7
하지만 정잠은 꾹 참았다 —— 그가 집에 있을 때는 별로 소란을 피울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때릴까 봐 무서웠다. 이곳에서도 당연히 하지 못했다. 한연 이 옹졸한 소인의 면전에서 그가 몰래 엿듣는 군자의 체통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사부께서는 새로 거둔 두 제자의 골통을 치면서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바로 스승을 따라 향을 피우고 목욕한 다음 옷을 갈아입자. 스승이 너희들을 데리고 알현해야 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너희들의⋯⋯"
정잠은 대수롭지 않게 속으로 생각했다.
'항상 웃고 있는 조사 어르신인가?'
사부께서 입을 여셨다.
"대사형이다."
- 關門弟子, 문을 닫고 들어온 제자. 마지막으로 들인 제자를 뜻한다. [본문으로]
- 溫良恭儉讓, 자공(子貢)이 공자(孔子)를 칭송하는 말이었다. [본문으로]
- 중국에서는 신맛(酸)을 질투로 표현하는 경우가 잦으며, 또 '얼얼하다(辣)'라는 말은 '냉혹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본문으로]
- 원문은 盖棺定論으로, '盖棺論定(사람의 공과 선악은 죽고 나서야 정해진다)'를 변형. [본문으로]
- 작가 주: 君子固穷,小人穷斯滥矣—— 《논어》 위영공 [본문으로]
- 원문은 奇葩로 괴짜, 진기한 꽃, 특이하고 우수한 문예 작품을 뜻한다. [본문으로]
- 天高地迥, 하늘은 높고 땅은 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