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대인께서 말하시기만 하면, 제가 옷을 벗고 난 뒤 손으로 더듬으면서 꼼꼼하게 찾으셔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무슨 의도로 이 말씀을 하시는지요?"
그가 물었다.
"네가 알 필요는 없다."
남자가 창가에 서서 곡강과 하늘이 서로 맞닿은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1
"그렇게나 많은 화약을 들여와 창고에 두기만 하고 팔아 버리지도 옮기지도 못하게 하심은, 제가 누군가가 들이닥쳐 조사당하기 전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가 이를 조금 악물며 말했다.
"지금 저를 버리는 패로 삼으시겠다는 겁니까?"
남자가 갑자기 웃더니 몸을 돌려 담경을 보았다.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너는 오래 견딜 수 있겠지만, 네 아내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담경은 갑자기 놀라 깨어났다. 그가 몸을 일으켜 앉아 손으로 이마를 닦자 함빡 젖은 식은땀이 묻어났다. 손목이 무겁다고 느껴졌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몸 밑에는 축축한 지푸라기가 조금 깔려 있었는데, 담경이 자기 몸을 보자 암담한 색의 죄수복이 입혀져 있었다. 조금 멍해진 그는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렸다.
모든 것들이 그가 반응할 틈도 없이 일어났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생각나는 것은 소세예가 그에게 웃은 직후 자신이 의식을 잃어버렸다는 것뿐이었고, 지금까지도 목이 시큰거리며 아파져 왔다.
지금 상황을 한눈에 알게 되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비참한 모습으로 쓴웃음 소리를 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온화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담경은 내심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다. 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벽에 장신이면서도 곧은 몸을 기대어 철창으로 된 옥문을 막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사대인께서는 실력이 뛰어나시군요. 참으로 숨은 인재이십니다."
담경이 냉담하게 말했다.
"과찬입니다."
"범인과 뇌물을 전부 잡아들였는데, 어사 대인께서는 사건을 종결하러 가지 않고 무엇 때문에 이런 재수 없는 곳에 오셨습니까?"
담경이 말했다.
"당신을 보러 왔습니다."
소세예가 말했다.
담경이 조소를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저의 어디가 대인께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웅대한 뜻을 가슴에 품은 채 벼슬에 올라, 백성과 국가를 위해 죽기를 바랐던 당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소세예는 음침한 감방 안에서 낭패한 모습으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끝내 몰락하여 이런 모습이 되었군요."
"어사대인께서는 실망하셨겠군요."
담경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은 채로 거리낄 것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죽을 때가 되었다 하더라도 저의 이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한 모든 짓들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라를 위해 벼슬에 오르고, 밀수한 것을 팔고, 사람을 살해한 것도 말입니다. "
"상당히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소세예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담경이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어사대인께서도 대강 알고 계시겠지만, 제 아내가 얼음 구멍 속으로 빠진 적이 있습니다. 위로 끌어올려 구조된 이후에도 고열이 내리지 않았고, 결국 열기에 정신이 흐리멍덩해졌죠. 그 뒤로 아내는 일종의 고질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병이 도질 때마다 물건을 깨부수고, 남을 다치게 했으며 심지어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 병은 다스릴 수가 없지만, 끊임없이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써야 완화가 됩니다."
"이게 당신이 관청의 선박으로 밀매를 하여 금전을 수탈한 이유입니까?"
"저는 수도에서 요직을 맡고 있으니 더없이 명예롭게 보이기에 몇몇 사람들은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겠지만, 그 약을 구하기에는 배수차신입니다. 아내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어찌 눈을 뻔히 뜨고 바라보기만 할 수 있겠습니까?" 2
담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
"제가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백성의 생사를 돌보겠습니까?"
"당신의 아내가 남편이 자신을 위해 이리 된 걸 알았다면, 그녀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당신이 잘못된 길에 빠지기를 원치 않았을 겁니다."
소세예가 말했다.
"아내는 영원히 이 일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손목의 잇자국 흉터를 응시하던 담경의 어조는 저도 모르게 조금 부드러워졌다.
"저는 일 년을 들여서야 다시 아내와 안면을 튼 사이가 되었고, 또 이 년을 가르치고 나서야 아내가 제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 병이 한 번 도졌을 때 저는 아내가 깨무려고 하는 것을 막았고, 그렇게 깨물린 손은 선혈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상처가 깊었습니다. 아내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제 손을 두 손으로 잡더니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아내는 무슨 말을 내뱉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아경, 아경이라 부르는 거였어요."
담경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목구멍으로 흐느끼며 오열했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소세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이 제 상황이었어도,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잔혹하게 내버려 둘 수 있었겠습니까?"
소세예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불치병을 앓게 되어버린 이상, 당신이 그녀를 이 세상에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이야말로 고통스럽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소세예."
담경은 마치 무슨 우스운 일을 들은 것처럼 갑자기 웃음소리를 냈다.
"당신은 마음이란 게 없나 보지?"
소세예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어사대인께서는 이때까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고 했던가?"
담경이 고개를 저으면서 빈정거리며 말을 이었다.
"전에 당신이 감정이란 것도 없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결핍되어 있다는 말이 암암리에 돌았지. 나는 딸을 시집보내지 못해서 원망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사실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는 소세예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지극히 비웃었다.
"참으로 가엾고도 불쌍하구나."
소세예는 꿈쩍도 안 한 채로 그를 바라보았고, 담경이 비웃는 소리가 사라질 때에서야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제 소관은 감찰하고 판결하는 것입니다. 설사 당신의 말처럼 감정이 없고 무정하다 할지라도, 아주 타당하다고 말할 수만 있을 뿐이죠."
담경은 냉소를 짓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소세예는 느리게 걸음을 떼어 담경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오직 옥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의 아내를 위해서였다고 말했지만, 당신이 죄를 지으면 그녀도 예외 없이 연좌제로 참형에 처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담경의 얼굴빛이 갑자기 변했다.
"이 사건은 제가 모든 권한을 맡고 있습니다. 당신이 저랑 이런 이야기를 함은 저를 격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제가 당신의 아내를 놓아주게 만들려는 속셈에서입니까?"
담경은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잠시 아연히 있던 그가 말했다.
"어사대인께서는 도대체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소세예가 눈빛을 거두었다. 그는 손을 들어 옷깃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 대량의 화약을 산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장부를 조사해 봤는데도 모르시는 겁니까?"
소세예가 그를 흘끗 보더니,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장부에 적혀 있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저도 응당 사리 분별이 됩니다."
담경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바라보지 않았는데, 마음이 갑자기 조급해진 건지는 확실치 않았다.
기억 속 창가에 서 있던 남자는 담경을 마주하며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한다면, 네 아내가 무사할 거라고 보증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에게 말했다.
"저는 줄곧 당신이 시기와 형세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마음을 낮게 가라앉힌 담경이 눈을 감고 한 자 한 자를 내뱉었다.
"회남왕." 3
유월의 소서(小暑)를 맞이하여 가는 버들과 연꽃이 바람에 휘날렸다. 푸릇푸릇한 나무의 빛깔은 비단옷 같았고, 새끼 제비들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꾀꼬리가 서로 뒤섞이며 날아다녔다. 청년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돌 탁상 위에 널브러진 책을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 녹색 못에는 무리를 지은 비단잉어가 물가를 따라 뛰어오르며 그의 옷자락에 있는 붉은 연꽃 위를 쫓으려 했다.
소세예는 하녀를 따라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이 풍경을 보았다. 하녀가 몸을 숙이고 물러났고 초명윤은 축 늘어진 고개를 들었는데, 소세예임을 보자 살짝 미소 지었다.
"이야, 정말 귀한 손님이시군요. 소 대인께서는 어쩐 일로 제가 있는 곳을 떠올려 주셨습니까?"
소세예는 그의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일이 생겼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감방을 떠난 후 그는 장부를 대조하여 확인하였는데, 담경의 말과 다름없이 묵으로 쓰인 글자는 명명백백하게 회남왕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소세예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기에 장부를 앞장으로 넘기며 훑어봤고, 그제야 장부의 두 장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두 장은 아주 깔끔하게 찢겨 있었으나 미처 뜯기지 못한 종이가 몇 부분 남아 있었다. 그가 꼼꼼하게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저를 보고 싶어서였다고 말하셨다면, 저는 정말 기뻐했을 겁니다."
초명윤은 웃음을 머금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탁상 위에 놓인 앵두 한 접시를 가리켰다.
"드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용무만 물어보고 나서 바로 가겠습니다."
소세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초 대인께서는 이틀 전에 창고에서 장부를 손에 넣으셨던 것을 아직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죠."
"그 장부의 두 장이 찢어져 있던데, 초 대인께서 짚이시는 게 있으신지요?"
"두 장이 모자랍니까?"
초명윤은 돌 탁상에 팔꿈치를 기대면서 머리를 기울인 채로 웃으며 소세예를 향해 바라보았다.
"소 대인께서는 제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셨군요. 그래서 그 두 장을 받아내려고 모처럼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농이 지나치시군요. 초 대인께서 어찌 그런 재주를 부리는 비열한 사람이시겠습니까."
소세예는 그의 시선을 마주 보면서 담담한 웃음기를 띠었는데, 그 뜻엔 가리키는 바가 있었다.
"단지 단서를 물어보고 싶은 것뿐이니, 제가 쉽게 찾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완곡하게 말한 욕설을 들은 초명윤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는 단서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초 대인께서 장부를 열어보셨을 때, 두 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셨습니까?"
소세예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초명윤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초 대인께서는 창고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초 대인께서는 다시 꼼꼼하게 생각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급하게 대답하실 필요는 없어요, 잠시 기다릴 인내심이라면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소세예가 웃으며 말했다.
"소 대인께서 못 믿으시겠다면, 친히 만져서 찾아보시겠습니까?"
초명윤이 그에게 돌진하면서 팔을 벌렸고, 빙그레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
"소 대인께서 말하시기만 하면, 제가 옷을 벗고 난 뒤 손으로 더듬으면서 꼼꼼하게 찾으셔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소세예는 미미하게 눈을 돌렸고, 말소리와 얼굴빛이 흔들리지 않은 채로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입을 열기 부끄럽습니까?"
초명윤은 가볍게 눈을 깜박거렸는데, 눈동자가 맑게 반짝거리며 빛을 발했다. 그가 손을 들어 자신의 옷섶을 잡았다.
"그러면 제가 직접 벗겠습니다?"
말끝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가 옷깃을 잡아끌었고, 뽀얀 쇄골이 곧 밖으로 드러났다. 소세예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겼고, 손을 들어 제지했다.
"⋯⋯ 제가 오해했군요, 뜯어진 부분은 제가 다른 곳에서 다시 찾겠습니다. 초 대인께 폐를 끼쳤습니다."
그는 당연히 소세예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기에 이렇게나 대담하게 염치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 말아라.'라는 말은 둘째치더라도, 그는 소세예가 자기와 너무 많이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명성을 아끼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초당과 소당이 여러 해 동안 싸워왔기도 했고, 만약 소세예가 그와 너무 가까이 붙어 다닌다면 아마 황제도 그를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이 적수가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다.
초명윤은 입가에 더 깊은 웃음을 지었고 흥미진진하게 소세예의 표정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소 대인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제가 배웅해 드려야 하나요?"
"수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세예는 여전히 그를 보지 못한 채로 고개를 저어 작별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려 나가는 길로 걸어갔다.
"아, 맞다. 소 대인."
초명윤이 갑자기 그를 불러 멈추게 했다. 그는 자기 옷을 정리하면서 여유 있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
"말하는 것을 깜빡했군요. 소 대인께서 용모가 아름다우실 뿐만 아니라 몸매까지 좋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언짢아하는 표정도 평소보다 아주 귀여우시네요."
"⋯⋯."
그를 등진 소세예의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번뜩였으나 어조는 여전히 쌀쌀했다.
"환심을 사기 위해 아무렇게나 칭찬하시는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위부를 나서자, 소백이 환영하며 다가왔다.
"공자, 용무는 어떻게 됐어요?"
"그대로야."
소세예가 이어서 말했다.
"그 장부의 두 장은 돌려받지 못할 운명인가 봐. 이번은 그의 태도를 떠봤을 뿐이야. 이제 두 장을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해진 것 같네."
"하지만 증거가 없잖아요. 설마 이렇게 저자를 놓칠 겁니까?"
소백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아참. 공자, 고의로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죄명을 저 자에게 내리면 안 됩니까? 옳고 그름을 따끔하게 가르쳐 주세요!"
소세예는 긴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조금 아프다는 듯 말했다.
"난 아직 장부가 어떻게 그의 손으로 들어갔는지 사람들에게 알릴 기분이 아니야."
소백이 어리둥절해했다.
"저⋯⋯, 저 사람이 억지로 뺏어간 거 아니었어요?"
소세예는 소백의 눈길을 복잡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주: '푸릇푸릇한 나무의 빛깔은 비단옷 같았고, 새끼 제비들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꾀꼬리가 서로 뒤섞이며 날아다녔다.' 는 아래의 한시에서 한 글자만 바꾸었습니다.
당(唐)대, 한굉(韓翃)의 《幸有心期當小暑》 4
翩翩馬上郎,執簡佩銀章。
시원스레 말을 타고 있는 남자,
손에는 죽간을 들고 허리에는 은으로 된 패를 차고 있네.
西向洛陽歸鄠杜,回頭結念蓮花府。
낙양에서 서쪽에 있는 호두로 돌아가면서도 5
뒤돌아보며 연화부를 그리워하는구나. 6
朝辭芳草萬歲街,暮宿春山一泉塢。
아침에 현덕한 이들과 황제께 작별을 고하고
노을이 지자 봄 산의 샘 있는 마을에 묵네.
青青樹色傍行衣,乳燕流鶯相間飛。
푸르른 나무의 빛깔은 출행할 때 입는 옷 같고
새끼 제비와 꾀꼬리는 이리저리 뒤섞이며 날아다니는구나.
遠過三峯臨八水,幽尋佳賞偏如此。
산봉우리 세 개와 여덟 개의 강을 건너서야
그윽한 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풍경을 찾네.
殘花片片細柳風,落日疏鍾小槐雨。
떨어지는 꽃잎과 가는 버드나무는 바람에 날리고
종소리 울리며 노을 지는 햇빛에 작은 회화나무 위로 비 내리는 것이 언뜻 보이네.
相思掩泣復何如,公子門前人漸疏。
이리도 그리움에 거듭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세가의 문지기와는 점점 어색해져 가는구나.
幸有心期當小暑,葛衣紗帽望回車。
다행히도 소서가 되어 마음속으로 기대하노니
상복과 사모를 입고 돌아오시기를 바라네.
- 원문엔 남자가 '曲江天水一色'을 바라보았다고 서술되어 있다. 곡강(曲江)이란 장안 동남쪽에 있는 명소의 호수 이름으로, 현재 시안시 취장구에 있는 취장치(曲江池)에 해당한다. 또한 '天水一色(천수일색)'이라는 말은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나오는 표현이기도 하며 하늘과 물이 서로 지평선을 이루는 탁 트인 풍경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 '배수차신(杯水車薪)'이란 물 한 잔으로 땔감이 가득 쌓인 달구지의 불을 끈다는 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이 어림도 없음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 회남(淮南)은 화이허 남쪽과 양쯔장 이북 지역 즈음에 위치했다. 회남왕은 그런 회남 지역에 제왕이 봉한 왕의 작위명이며, 회남 지역 영내의 백성을 지배하는 권력을 가졌다. [본문으로]
- 어째서인지 작가가 인용한 시의 정확한 제목은 '贈別王侍御赴上都'이라고 검색된다. 이별을 주제로 한 이 한시는 이별의 정경과 이별의 슬픔을 표현함으로써 임금을 시종하는 관리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을 표현했다. (번역에 참고한 사이트: http://gushiju.net/ju/152254) [본문으로]
- 호두란 삼서성 중부에 있는 호(鄠)현과 두릉(杜陵)을 뜻한다. 두릉이란 전한 선제의 무덤을 뜻하며, 장안 근처에 있다. [본문으로]
- 연화부란 남조(南朝)의 고제(高帝) 때 위(衛) 장군이 국정의 우두머리가 되어 명예를 지닌 선비를 막료(참모·서기 등의 속관)으로 삼았는데, 후대에서는 '연화부'를 막부(장수들이 전쟁 중에 사무를 보던 곳)를 미칭하는 말로 삼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