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낙엽 한 잎으로 천하가 가을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날 동틀 무렵에 수도 교외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그 시체는 얼굴 가죽이 모두 뜯겨 피범벅이 되었기에 참혹하여 차마 볼 수가 없을 정도라 했다. 경조부윤(京兆府尹)이 급히 사람을 파견하여 체형의 특징을 몇 번 검사한 끝에 이 자가 지금의 장원, 송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서 나타난 한 남자가 시험에 떨어진 이후 마음에 질투가 생겨 순간 충동으로 이런 악랄한 수를 통해 남을 해쳤다고 스스로 자수했다. 바로 이 사람이 송형에게 호화로운 저택을 준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 무슨 의리가 있는 선비인 줄 알았으나 마음씨가 이렇게나 악독할 줄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1
죄의 증거가 모두 갖추어졌으므로, 감옥에 구금한 뒤 추수 이후 참형에 처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으로 사건은 순조롭게 마무리 지어졌다. 어전에서 결과가 문서로 보고되었는데, 비록 어엿한 장원이 이러한 모해를 당했지만 향간의 개인적인 원한에 불과했고 나라와 조정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황제와 조정의 신하들이 탄식하고 그의 높은 재능과 학식을 알아보는 사람이 통탄하는 데에 그쳤다. 돌멩이 하나를 호수에 떨어뜨린 것처럼 단지 작은 물결이 퍼질 뿐이었다.
세상사는 늘 갑자기 변하기에 다루(茶樓)에서의 한담도 며칠이 지나자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송형이라는 유생 한 명은 인맥도 거의 없고 부임하지도 못했기에 관리로서 쌓은 업적도 이야기할 것이 없어서, 사건이 끝나자마자 바람에 날리던 흙먼지가 땅에 가라앉는 것처럼 곧바로 막이 내려졌다.
사건을 마음에 두는 이는 아마 그 두 사람 뿐일 것이다.
궁전에서 신하가 진언하는 것을 들으며 초명윤과 소세예는 서로 눈을 마주 보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품었는데, 그러면서 서로 맞추기나 한 듯이 그날 밤의 지하 감옥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날 밤 많은 신하들을 초대한 송형은 모습만 껍데기일 뿐 대신 행동한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게 분명한 데다, 그 후 상대방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자 급히 이 사건을 감추기 위해 결국 사람을 죽여 증언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정을 나설 때 초명윤은 소세예를 불러세우고는 답을 아는 질문을 일부러 했다.
"소 대인께서는 어째서 폐하께 지하 감옥에서의 일을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는 아직 어리시고 심성이 진중하시지 않으십니다. 이 시점에서 추측으로 어지럽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소세예가 담담히 말하며 초명윤을 힐끗 보았다.
"초 대인께서도 말씀을 꺼내시지 않으셨는데, 그러면 이 사건에서 무엇을 읽어내셨는지요?"
초명윤은 한 오라기 미소를 자아내며 소세예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설마 소 대인과 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겠습니까?"
소세예가 가볍게 웃는 소리를 내고는 시선을 옮겨 멀리 있는 유리기와의 비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2
"⋯⋯ 떨어진 낙엽 한 잎으로 천하가 가을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견미지저. 야심만만한 자가 바둑판에 둔 첫 번째 돌이다. 3
장안성 바깥 몇십 리 떨어진 서쪽 교외에는 산이 많았는데, 겹겹이 이어진 산이 푸른빛을 띄며 치솟아 있었으며 구불구불한 산맥이 멀리 이어졌다. 새와 짐승들은 고목과 휘어진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며 서로 울음소리를 내어 화답하니, 사람을 보기가 드문 곳이었다.
한 절벽 위에는 두 남자가 말을 멈추고 눈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두에 있던 남자가 입은 검푸른 도포의 소매가 바람에 들썩거리자 옷자락과 소맷부리에 겹겹으로 포개진 연꽃무늬가 아른거렸는데, 그 색이 피처럼 검붉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사람을 향해 물었다.
"여기가 확실해?"
진소가 대답했다.
"네. 하지만 구체적인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초명윤은 다시 고개를 돌려 다소 어수선하게 흩날리는 검붉은 머리카락을 내리눌렀는데, 말투 속에 감추지 못한 불쾌함이 있었다.
"교외의 산골짜기라니."
그날 지하 감옥에서 초명윤이 알아차린 것은 이런 복잡한 구조는 하루 이틀에 완성할 수 없는 데다가, 공기에 떠다녔던 피비린내는 얼마 전까지도 이곳에 사람을 가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주인이 그와 소세예를 사로잡기 위해 새장을 비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더 깊이 들어가고 나서야 순위와 마주쳤는데, 그 전에는 둘이서 지하 감옥을 제멋대로 돌아다녔다는 정황에 따르면 순위들은 그곳에서만 활동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초명윤은 누군가가 안에 아직도 수감되어 있다고 추측만 했을 뿐 시간이 없어 더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떠날 당시에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어둠 속에서 영위에게 가서 감시하라는 분부를 내렸다. 생각한 대로 화물을 운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 대의 마차가 동이 트기 전에 살그머니 저택을 나섰다. 영위가 쥐 죽은 듯이 길을 뒤따라갔으나 상대방의 경계는 지극히 높아서, 서쪽 교외로 들어서자 종적이 한층 더 난잡해졌다. 이 곳은 산봉우리가 높고 험준하여 지세가 원래도 복잡했고 어두운 밤 속의 풍성한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기에, 끝내 영위도 그들이 있는 산속의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진소가 입을 열었다.
"이런 곳의 탐사는 원래 어려우니,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 뜻은 내가 사람을 더 많이 보내야 할 뿐만 아니라, 또 보름 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참으로 성가시구나."
초명윤은 고개를 젓고는 맞은편 산에 푸른 삼림이 우거진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기운을 빼게 만드는 데다, 영위를 자유롭게 배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군."
"사형께서는 내버려 두실 겁니까?"
진소가 묻자, 초명윤이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저들에게 이렇게나 적은 값을 치르니, 내 마음도 정말 편치 않구나."
"그렇다면 어찌 해야 좋겠습니까?"
"진소,"
초명윤이 미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희박하게 들어왔는데, 하늘에 구름이 무겁게 쌓인 것이 회백색을 띄었다.
"연일 이런 날씨라면 머지않아 폭우가 있을 것 같다."
"무슨 말입니까?"
진소의 반응은 느렸다.
"산사태다."
초명윤이 담담히 말했다.
"찾지 못하게 된 이상, 차라리 손을 써서 산봉우리를 폭파하는 게 낫겠군. 마침 하늘이 돕는구나. 그때가 되면 빗물이 토사와 거석(巨石)을 휘감아 세차게 흘러 누구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저들이 이곳에 움츠리고 있는 걸 좋아하니, 아예 파묻어 버려야지."
"하지만⋯⋯."
진소가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저들이 감금한 사람도 이곳에 있습니다."
"그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지?"
그는 되묻고는, 시선을 거두어 진소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감금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송형의 일을 보면, 설사 저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조사하더라도 인질이 제일 먼저 살해될 것이 보이지 않느냐. 어떻게 해도 구하지 못해."
진소는 침묵을 지켰다.
초명윤이 시선을 돌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병부는 나를 따르지만, 화약의 양이 너무 크면 의심을 끌겠지. 담경이 공부상서라는 직무를 이용해서 관청의 선박으로 밀매를 했다고 하던데, 그와 거래를 하는 편이 낫겠군."
"예."
진소가 대답하자, 초명윤은 그를 흘겨보며 웃었다.
"얼음 얼굴, 나에게 불만이라도 있나 보지?"
"아닙니다."
진소가 고개를 저었다.
초명윤은 입가에 옅은 웃음기를 거두었다. 그는 당연히 자신의 사제가 지닌 마음씨를 알고 있었기에, 말의 머리를 뒤로 돌리고는 화제를 바꾸었다.
"맞다, 내가 부탁했던 소세예에 대한 일은 조사가 어떻게 됐어?"
진소는 급히 말을 채찍질해 뒤따라가며, 초명윤의 뒤에서 한 글자씩 내뱉으면서 문장을 말했다.
"찾지 못했습니다."
"음?"
초명윤이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진소가 대답을 짜 맞춰가며 명백하게 말했다.
"병부의 명부 속에도 소세예의 이름이 없는 데다가, 관련되어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두 소세예가 전장에 있었다는 것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꼼꼼히 조사한 거야?"
초명윤이 이어서 말했다.
"소세예와 나는 나이가 같으니, 그가 열다섯 살일 때면 이십 년 전에 흉노족이 대하를 공격했을 때다. 또한 소결을 따라갔기 때문에 명부에 적히지 않았다면 말이 되지."
"확인해 보니 당시의 장군은 소결이 확실하지만, 크고 작은 전투에 소세예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대장군의 외아들이 잡병의 졸개였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초명윤은 중얼거리며 말했다.
"소세예의 어조를 보면 당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결의 권력으로 기록을 왜곡해서 소세예의 이름을 없애 버리는 일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
"그렇다 해도, 당시 소세예를 따랐던 군대라도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명부가 없는 데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고. 그러면 두월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어?"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두월은 그때 겨우 여덟 살이었던 데다가, 금릉과 장안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 당시의 일을 알고 있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집안에서도 여태까지 언급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소가 계속 말을 이었다.
"사형, 소세예가 말한 것은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초명윤은 침묵했다. 그는 소세예가 그때 지은 표정을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치 온갖 생각이 물에 잠긴 채로 옅고 어렴풋한 웃음기에 소리 없이 녹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느리게 고개를 저었고, 어세에는 이유 없는 확신이 있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야."
"어떻게 압니까?"
진소가 물었다.
초명윤은 생각해 보더니 느릿하게 목소리를 냈다.
"거짓이었다면, 소세예가 뿌린 이 거짓말은 쉽게 폭로될 것이다. 오히려 그는 우리가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할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이지."
몇 마디 말 아래에 에둘러 계산된 생각이 가려져 있어, 다른 사람은 한참 동안 생각하고 추측하고 나서야 명백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진소는 잠시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몰라서, 할 수 없이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아."
"이런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장안성의 높다란 벽은 이미 먼 곳에 어렴풋하게 드러나 있었는데, 깃발에 바람 소리가 펄럭였으며 푸르고 누르스름한 누각의 벽은 한 성의 왁자지껄한 번화함를 가리지 못했다. 이곳은 학자들에게는 어렵게 공부하며 꾼 오래된 꿈이었고,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진귀한 보물의 수도였으며, 집권자들에게는 소리 없는 싸움의 전장이었다.
초명윤은 입꼬리를 올렸는데, 말끝을 올린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나와 그 사람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은 것 같군." 4
- 경조부윤(京兆府尹)에서의 경조윤(京兆尹)은 중국 고대의 관직으로, 수도인 장안과 그 주변 지역인 삼보를 포함한 경조부(京兆府)라는 행정 구역을 관할하는 특수한 지방 장관이다. [본문으로]
- 비첨(飛檐)이란, 중국 전통 건축양식의 하나로 처마 서까래 끝에 부연을 달아 기와집의 네 귀를 위로 들어 올린 처마를 뜻한다. [본문으로]
- 견미지저(見微知著)란, 소세예가 말한 일엽지추(一葉知秋)와 비슷한 말로 일의 미세한 조짐을 보고 그 발전 방향이나 문제의 본질을 안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 원문은 래일방장(來日方長)으로, 앞으로 무엇을 이룰 기회가 많으니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 것을 권하는 의미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