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협선협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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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gmengsung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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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www.jjwxc.net/onebook.php?novelid=2134415&chapterid=2

 

문안

 

한 몰락한 문파가 잘난 척하는 원숭이, 말썽쟁이 요괴, 냉혹한 귀신, 바보와 잡종 도사의 손에서 어떻게 재건되는지에 대한 수진(修眞) 이야기. 

 

CP는 대사형이 연상~
사고뭉치 공 x 매몰찬 수

 
 

잠시 세세하게 몸소 체득한 그는 기꺼이 사부를 인정했고, 또한 결심을 내렸다 —— 사부께서 말씀하시는 게 전부 허튼소리이고 그 머릿속이 정통이 아닌 길로 가득 차 있더라도 그는 용인할 것이다.

 
 
정잠은 목춘진인을 따라 떠났다.

바싹 시들어버린 고목 같은 외형에 세 가닥의 힘줄이 머리에 드러날 정도로 여윈 목춘진인은 머리 위에 흔들거리며 언제라도 떨어질 듯한 모자를 쓴 채로 한 손으로 정잠을 이끌고 있었다. 이는 마치 강호에 나가 돌아다니며 기예를 파는 작은 극단의 단장이 새로 유괴하여 데려온 어린 시종을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정잠은 겉은 아이의 모습이었지만, 속은 이미 소년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그는 아주 과묵하게 걸었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뒤를 휙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등에 지고 있는 광주리를 보았다. 광주리 안에는 그의 어린 동생이 깊이 잠들어 있었고, 광주리 밖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하염없이 훌쩍거리며 생김새가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로 묵묵하게 한 쪽에 서 있었는데, 한숨을 쉬는 건지 아니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지는 몰라도 머리를 들어 그를 더 바라보려고 하지 않아 하는 채로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되었다.

정잠은 별로 떠나기에 서운해하는 기색 없이 눈길을 돌렸다. 끝없이 아득한 앞길은 마치 끝없는 흑야(黑夜) 같았다. 거기에 사부님의 바싹 마른 손을 잡고 있자니 마치 정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그 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설령 뻔뻔스럽게 큰소리치는 듯한 '선인'이라는 접두사가 있긴 했으나 그 등도 여전히 발아래 몇 촌만을 밝힐 수 있을 뿐이었으니, 보기엔 좋은데 실용성이 없는 것이다.

출행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순유[각주:1]'라 불렸고 다른 하나는 '도피[각주:2]'라 불렸다.

정잠은 그의 사부를 따라다니며 풍찬노숙[각주:3]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늙다리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생억지와 그릇된 주장을 한 귀로 들어야 했으니, 정말 '도피'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신선이 되는 도를 닦는 것에 대해서는 정잠도 들은 바가 있었다.

세간은 기상천외하기에 선문(仙門)을 여쭈려는 사람도 한 때 강을 건너는 붕어처럼 많았다.

선제(先帝) 때, 세상에 크고 작은 문파는 비온 뒤에 파인 강 속의 개구리와 두꺼비랑 같았다. 장삼이사에다가 왕이, 곰보까지 별별 사람들이[각주:4] 가정에 자손이 번성하여 잡놈들이 부족하지 않았기에 모두들 벌집을 쑤신 것 같이 소란스럽게 알음알음 소식을 공유했고, 아무 문파에다가 보내 구선문도[각주:5]를 하게 했다. 그러나 '가슴으로 바위 깨기' 따위의 무예만 조금 배운 것 말고는 진정으로 성과를 낸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에는 단약(丹藥)을 만드는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보다 많았고, 경전을 외는 사람이 농사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심지어 여러 해 동안 착실하게 공부하고 무예를 익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강호의 사기꾼들이 사방으로 이리저리 도피했다.

듣기로는 구선문도가 가장 유행했을 때, 면적이 십 리가 넘지 않고 마을은 여덟 개가 있는 한 현(縣)에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숲처럼 빽빽이 늘어선 수선 문파는 스무 개에 달하는 데다가, 소상인에게서 개소리가 적힌 반쯤 낡은 심법(心法)을 사서 감히 수선이라는 명목으로 재물을 긁어모으고 사람을 모았다고 했다.

이 사람들 모두가 정말 하늘 위로 비승할 수 있다면, 남천문[각주:6]에 이렇게나 많은 어중이떠중이를 들일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민가를 습격하여 약탈하는 산적들까지 모두 소란을 피우고 속여 먹었다. 원래 '흑호채(黑虎寨)', '아랑방(餓狼幫)'이었던 것들이 '청풍관(淸風觀)', '현심관(玄心館)'으로 이름을 바꾸고 '펄펄 끓는 기름 솥에서 물건 꺼내기(油鍋取物)', '입에서 불 뿜어내기(張嘴噴火)' 등등의 마술을 다뤘다. 이들은 길을 막고 강도짓을 하기 전에 먼저 왁자지껄하게 한바탕 상연하고는 지나가는 사람을 위협하여 몇 번이고 잇달아 호쾌하게 주머니를 털었다.

항오[각주:7] 출신으로 불같은 성미에다가 거칠고 예절이 밝지 못한 선제 나으리께서는 백성들이 이런 식으로 질서나 풍기가 난장판이게 수련해 나가자, 나라가 나라 꼴을 갖추지 못해서는(國將不國) 절대 안 된다고 느끼셨다. 이리하여 유지[각주:8]를 내려, 마을에서 함부로 날뛰는 크고 작은 '신선(神仙)'들을 모조리 잡아들여서 진짜 신(神) 또는 가짜 선(仙)이던지 간에 예외 없이 노역이나 군대에 종사케 하려고 했다.

원래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어야 할 이 유지가 궁문을 나서기도 전에 조정을 가득 채운 중신들 모두가 소문을 들어 버렸다. 관련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랐고, 그날 밤 집에서 굴러 나가서 달린 다음 대전(大殿) 앞에 줄을 섰다 —— 벼슬이 낮은 사람은 앞에 서 있었고 벼슬이 높은 사람이 정말 압권이었다. 그들은 순서대로 대전 앞 기둥에 부딪혀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죽음으로서 간(諫)하기 위함이었는데, 황상께서 선인에게 죄를 지어 나라의 복을 잃으실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황상께서는 조정의 모든 문무백관이 정말 간뇌도지[각주:9]하게 둘 수는 없었고, 더군다나 그 똬리 튼 용이 새겨진 기둥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선제께서는 유감스럽게도 부득이하게 이미 결정한 명령을 또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걸러 그다음 날, 그는 흠천관[각주:10]을 개편하여 '천연처(天衍處)'를 따로 만들었고 이를 태사[각주:11]에게 직접 감독 관리하도록 명했으며, 조금도 거짓이 없는 진인을 괴만말각[각주:12]하게 모셔 친히 현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 크고 작은 선문들은 모두 천연처에 보고해 그 사실을 확인받아야 하며 진짜인지 거짓인지가 확인된 뒤 철권[각주:13]을 하사받아야지만 제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고, 민간에서 문파를 사적으로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당연하게도, 기백이 넘치는 대국은 종횡으로 구주(九州)가 있는 데다가 동쪽에서 서쪽까지가 천 리가 되었고 남북이 막혀 있으니, 명령과 금제를 엄격히 집행하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했다. 일률적인 법령조차도 빈틈이 뚫릴 수 있는데, 이런 질 떨어지고 형편없는 개소리 정령(政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조정은 노상 강도질과 사람을 유괴하여 팔아먹는 행위조차도 완전히 척결하지 못하는데, 선문이 제자를 모집하든 말든 상관할 수 있겠는가?

진짜 선문은 원래 황상 그 늙은이를 안중에 두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을 했다. 제 발 저린 강호의 사기꾼들은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수그러드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 무슨 철권이든 동권(銅券)이든지 간에 가짜를 못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제의 고심이 완전히 헛되지는 않았다. 몇 번씩이나 들볶고, 낱낱이 조사하고, 질서를 정비하는 세 가지 과정을 거치자 비록 효과는 미미했으나 민간의 수선에 대한 열정이 대단히 약화한 것이다. 게다가 가까운 동네에서도 먼 동네에서도 누군가가 뭐시기 명당(名堂)에서 진짜 수련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긴 시간이 지나자, 모두가 곧 농사꾼이면 농사를 짓고 양치기라면 양을 치는 등, 백일몽을 그다지 꾸지 않았다.

금상[각주:14]께서 즉위하실 때까지 민간의 수선 풍조는 남은 목숨을 겨우 부지하여 연명하는 중이었다. 귀신에 홀린 듯한 열광이 이미 지나간 것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음을 깊이 알고 계신 금상께서는 수선을 위명하는 사기꾼들을 대부분 보고도 못 본 척했고, 백성들도 떨치고 일어나지 않았으며 관리들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의 시작점과 그 결과는 정잠이 늙은 동생의 강의를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그의 눈에는 그를 이끌고 나아가는 몽둥이[각주:15]가 말 그대로 순수한 몽둥이로 보였다⋯⋯. 많아 봐야 음식을 제공해 주는 몽둥이었고 정말 특별히 존중할 만한 점이 없었다.

몽둥이 같은 목춘이 그의 삐죽 튀어나와 흔들거리는 조그마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여전히 허튼소리를 지껄였다.



"내 문파의 이름은 '부요(扶摇)'다. 꼬맹이, 너는 무엇을 부요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늙은 동생은 이런 것들을 극도로 증오했기에 당연하게도 강의하려 하지 않았다. 정잠은 그렇게 글을 배워서 그 영향을 다소 받았고, 이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 경멸했으나 간신히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 모양새를 취했다.

목춘은 한 손가락으로 정잠의 눈앞을 가리켰다. 그의 이 손가락은 마치 무슨 영험이 있는 것 같았다. 가리킨 곳에서 질풍이 두서없이 피어오르더니 빙빙 돌면서 땅 위에 있던 마른 풀을 휘감아서 위쪽을 곧게 향해 공중에 띄웠고, 그 우묵한 마른 풀에 누렇게 시든 색을 띠고 있는 맹렬한 한 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진 한 줄기 번개에 비쳤다. 이는 너무나 눈부셨기에 하마터면 정잠의 눈을 멀게 만들 뻔했다.

이 괴력난신(怪力亂神)하고도 영험한 손가락은 작은 소년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입을 떡 벌리며 바라보게 했다.

목춘 자신도 사실은 이 변고를 예상하지 못했기에 곧 멍해졌지만, 자신이 겉으로는 온화하나 마음은 냉랭한 어린놈을 허세로 놀라게 한 것을 보고는 다시 언덕을 이용해 나귀를 타듯이[각주:16] 손을 움츠렸다.

그는 바싹 마른 두 손을 소매 속에 감추고는 유유히 으스댔다.



"붕[각주:17]이 남명[각주:18]으로 날아 옮겨갈 때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부요를 타고 구만리나 올라가 육 개월을 가고 나서야 쉰다[각주:19] —— 형태도 구속도 없으나 바람에 맴돌고, 올 때는 그 심오함이요 갈 때는 그 한없이 넓음을. 이것이 바로 '부요'다. 이해했느냐?"



정잠은 들어도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작디작은 가슴 속에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경외감과 이 정통이 아닌 길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고, 그 두 개가 헤어지기 아쉬워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에 사부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외감을 머금은 그는 목춘과 그의 집 담벼락 위에 있는 깨진 등불을 같은 자리에 둔 다음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춘이 뜻이 이루어져 득의양양하다는 듯 수염을 치켜들며 이 기회를 빌려 발휘하려는 바로 그때, 하늘 나리께서 그의 체면을 다시 세워주지 않으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의 입은 다시 벌리기에 늦지 않았으나, 방금의 허풍은 벌써 새 나갔다 —— 한바탕 큰 바람이 갑자기 노기등등하게 얼굴을 때려 왔고, 사부와 제자 두 사람의 앞에 있던 모닥불은 흠뻑 뒤집어써서 사그라진 재만 남았다. 잇달아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이 크게 일어났으며 번개와 천둥소리가 같이 목청을 높였고, 오는 사람은 나쁜 의도를 가진 듯한[각주:20] 하늘색이 서쪽에서부터 한 차례 울려 퍼졌다.

목춘은 일부러 교활한 술수를 다시 부리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큰일 났군, 큰비가 오겠어."



말을 마치자 기세 좋게 벌떡 일어선 그는 한 손에는 여행 짐을 어깨에 메고 한 손에는 정잠을 든 채로, 갈대 두 줄기 같은 다리를 성큼 내딛어 목이 긴 꿩처럼 보폭이 작은 종종걸음으로 전장에서 도망쳤다.

아쉽게도 비가 너무 빨리 왔기에 설사 목이 긴 꿩이라 할지라도 물에 빠진 생쥐로 변할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정잠을 품속에 감춘 목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푹 젖은 자신의 겉적삼을 벗고는,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이걸로 품속의 남자아이를 덮었다. 그러고는 다리야 날 살려라 미친 듯이 달리는 한편, 야단법석을 떨며 말했다.



"아이고, 글렀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아이고야, 이걸 어디에서 피해야 하나?"



정잠은 일평생 탈 것으로 임명해 본 들짐승과 날짐승이 무수했다 —— 그러나 이 사람은 그가 앉아본 것 중에 가장 위아래로 요동치고, 쓸데없는 말이 많은 한 필(匹)일 것이다.

비바람과 번개 치며 들려오는 천둥소리, 그리고 사부의 떠들썩한 소리는 한 덩어리로 뒤섞였고, 그의 머리 위에는 사부의 긴 옷이 덮여 있었다. 두 눈이 먹칠한 듯이 검은 그가 그 옷소매에서 명확하게는 말할 수 없는 나무 향 한 줄기를 맡았다.

사부는 한 팔로는 그를 가슴 앞에 끌어안고 한 손은 비워 둔 채로 처음부터 한결같이 정잠의 머리 꼭대기를 감싸고 있었다. 이 늙은 남자의 뚜렷하게 드러난 뼈는 그가 몹시 아플 정도로 울퉁불퉁했다. 그렇지만 품에 안고 보호해 주는 것은 또 조금도 거짓이 없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록 이 긴 목을 지닌 꿩이 방금 뻔뻔스럽게 큰소리를 치며 돌연 그를 한 번 속였으나 정잠은 그에게 마치 자연스러운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목춘의 겉옷을 걸친 정잠은 묵묵히 옷 틈으로 막을 친 듯이 촘촘히 내리는 빗방울 사이에 푹 젖은 사부를 엿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가 응당 누려야 할 대우를 누린 것이다. 잠시 세세하게 몸소 체득한 그는 기꺼이 사부를 인정했고, 또한 결심을 내렸다 —— 사부께서 말씀하시는 게 전부 허튼소리이고 그 머릿속이 정통이 아닌 길로 가득 차 있더라도 그는 용인할 것이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여윈 사부 한 필을 탄 정잠은 결국 눅눅해진 채로 퇴락한 도관에 도착했다.

선제 연간에 대규모의 '청도(清道)'가 아주 많은 무허가[각주:21] 문파를 깨끗이 정리하였으나 적지 않은 무허가 문파의 도관을 남겼고, 훗날 이는 모두 돌아갈 집이 없는 걸인과 숙소를 놓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무는 곳이 되었다.

목춘의 겉옷 속에서 몸부림치며 자그마한 머리를 빼낸 정잠이 고개를 들자마자 도관이 모시는 대선(大仙)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당장 소리를 질렀고, 진흙으로 만든 그 대선을 보고 놀라 심장이 쿵 떨어졌다 —— 오직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 머리 위에는 두 개의 상투가 있었고 둥글넓적한 얼굴에다가 목이 없었으며, 온 얼굴이 흉악한 것이었다. 좌우에 있는 두 뺨에는 각각 진홍빛의 둥그런 볼때기가, 얼굴 아래에는 시뻘건 아가리가 쩍 벌려져 있었고 한 입 가득 가지런하지 못한 이가 웃음에 드러나 있었다.

이를 물론 보았던 사부도 급히 앞발을 들어 정잠의 눈앞을 가리고는 벌컥 성을 내며 비평했다.



"도홍색 오자(襖子)에 청록색 도포라. 아, 이런 외설스러운 치장을 한 채로 아직도 뻔뻔스럽게 여기서 공양을 받아먹다니. 정말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채 자라지 않은 정잠은 견문에 한계가 있기에 연고를 알지 못하는 동시에 조금 놀랐다.

목춘은 의기롭고 바른말을 했다.



"수진하는 사람은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늘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치장하면 어찌 체통이 서겠느냐!"



그가 무엇을 체통이라 부르는지를 알고 있기는 하다니⋯⋯. 정잠은 조금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마침, 그때 어슴푸레한 고기 냄새 한 줄기가 무너진 도관 뒤에서 퍼졌고,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을 버린' 사부의 세상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분개를 끊어버렸다.

목춘의 목구멍이 자기도 모르게 위아래로 움직였고, 문득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괴이한 표정으로 정잠을 데리고 외설스러운 인물상의 뒤쪽으로 돌아가, 정잠보다 한두 살 차이 나지 않는 어린 거지를 보았다.

어린 거지가 무슨 기구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도관의 후당(后堂) 땅 위에 구멍을 파내어 그 안에서 크고 알찬 규화계[각주:22]를 굽고 있었다. 그가 진흙 껍질을 두드리자 향기가 한바탕 곳곳에 만연히 넘쳐흘렀다.

목춘은 또다시 군침을 삼켰다.

사람이 일정 정도까지 앙상해지면 아주 불편한 일이 조금 있다. 예를 들자면 식욕이 많아질 때,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구멍으로는 본능적인 반응을 숨기기가 아주 쉽지 않다.

목춘진인은 정잠을 땅 위에 내려놓았고, 뒤이어 어린 제자에게 무엇이 '수진하는 사람은 늘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인지 몸소 체험하고 힘써 실천하듯이 모범을 보였다.

그는 먼저 얼굴의 물기를 문질러 닦았고 선풍도골의 명인이 지닌 듯한 웃음을 품었다. 그제야 비로소 대수롭지 않은 듯 유유히 나아갔는데,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보폭 좁은 연화보(蓮花步)였다. 비틀거리며 그 어린 거지의 곁에 가고 나서는 정잠의 앞에서 당당하고 차분하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며 감언이설을 말했다. 금과 은을 몸에 휘황찬란하게 걸친 채로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을 입는다며 허풍을 떨면서 선문들을 묘사했고, 어린 거지는 말하면서 두 눈이 흐리멍덩해졌다.

목춘은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어린 거지를 열정적으로 속이려 들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너는 자질이 아주 훌륭하니, 장차 등천잠연을 할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큰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지 —— 아이야,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정잠은 이 말이 귀에 좀 익은 것 같았다.

어린 거지는 비록 아득히 먼 곳을 떠돌아다닌 이의 교활함이 자못 있었으나, 결국엔 나이가 어렸기에 공연히 사부에게 맑은 콧물 두 줄기를 돌연 흔들거렸고, 멍하게 대답했다.



"소호(小虎)이고, 성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스승의 말을 따르거라, 성은 한(韓)으로 하자."



목춘진인은 염소수염을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물건이 젖어 들듯이 스승과 제자의 명분을 확실히 했다.



"스승이 잠시 너에게 정식 이름을 주마 —— 외자로 연(淵)은 어떠하냐?"

정잠: "⋯⋯"



한연, 함원[각주:23]⋯⋯. 정말 길하고 또 경사스러운 일이다.

사부께서는 틀림없이 배고프셔서 흐리멍덩해졌기에 껍질이 바삭하고 고기는 두툼한 규화계를 마주 보고, 다소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내뱉으셨을 것이다.

  1. 원문은 游曆으로, 두루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2. 원문은 流窜으로, 도망쳐 사방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3. 風餐露宿, 바람을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잠을 자다. [본문으로]
  4. 이 부분의 원문은 什么张三李四王二麻子이다. 장삼이사는 장 씨네 셋째, 이 씨네 넷째와 같이 어디에나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뜻하며 작가는 이에 왕이(왕가네 둘째)와 곰보까지 합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을 표현했다. [본문으로]
  5. 求仙問道, 신선이 되기 위해 진리를 찾다 [본문으로]
  6. 南天門, 동서남북의 4대 천문 중 남쪽을 향한 문. 옛날에는 태산(높고 큰 산)이 하늘을 대표했기에 태산의 꼭대기를 바로 천정(天庭, 천신이 사는 곳)이라고 여겼다. 남천문은 이러한 천정의 정문 입구이다. [본문으로]
  7. 군대를 편성한 대오라는 뜻으로, 곧 군대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8. 황제가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명령. [본문으로]
  9. 肝腦涂地, 참혹한 죽임을 당하여 간장(肝臟)과 뇌수(腦髓)가 땅에 널리다.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애를 쓰는 모습을 비유한다. [본문으로]
  10. 명청(明淸) 시대의 천문대를 뜻한다. [본문으로]
  11. 太史, 역관(曆官)의 수장. [본문으로]
  12. 拐彎抹角, 곡절이 많음을 뜻하기도 하고 에둘러 말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13. 鐵卷, 조정에서 공신에게 하사한 세습 증서로 그 후예들의 작위와 면죄를 보증했던 단서철권(丹書鐵卷)을 변형한 말이다. [본문으로]
  14. 今上, 현재 즉위 중인 황제. [본문으로]
  15. 원문은 棒槌로, 빨랫방망이 또는 문외한이라는 뜻이다. 전자로 해석하면 고목 같은 사부의 외형을 비유한 것이고 후자로 해석하면 도저히 선풍도골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자신을 진인이라고 큰소리치는 사부를 비유한 것이다. [본문으로]
  16. 원문은 就坡下驢로, 추세에 따라 일을 함을 뜻한다. [본문으로]
  17. 鹏, 북명(北冥)에 사는 전설상의 큰 새. [본문으로]
  18. 南冥, 남쪽 바다. [본문으로]
  19. 출처: 노자의 소요유(逍遙遊) 제1장
    해석 참고: https://brunch.co.kr/@mnd0703/321 [본문으로]
  20. 원문은 來者不善다. 참고로 '来者不善,善者不来(오는 사람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오며,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은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중국의 성어로 존재한다. [본문으로]
  21. 원문은 '野鷄'으로, 꿩이라는 의미도 있다. [본문으로]
  22. 叫花鷄, 중국 절강성 음식. 닭에 생강, 소금, 설탕, 팔각, 표고버섯, 회향 등을 넣고 연꽃잎과 흙으로 감싸 구운 요리이다. [본문으로]
  23. 원문인 '含冤(hán yuān)'은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韓淵(hán  yuān, 한연)과 발음과 그 성조가 완전히 같다. [본문으로]